볼리비아 농민, 노동자들의 반(反)정부시위가 계엄령 하에서도 계속돼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정권퇴진 운동으로 시위가확대되고 있다.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대통령은 13일 이번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요인이됐던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 계획을 연말까지 보류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그 러나 최근 한달여간 이어진 소요 사태에서 비교적 조용했던 수도 라파스에서도 이날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궁을 향해 가두행진을벌였다. 지난 12일 계엄령이 선포되며 탱크와 함께 수천명의 군병력이 집중 배치된 라파스 인근 중소기업 밀집 산업도시인 엘알토에서는 26명의 사망자가 새롭게 발생했다고 인권단체들이 밝혔다. 이에 따라 계엄렴 선포 이전에 숨진 10여명을 포함하면 이번 한달여간 이어진반정부 시위 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는 거의 40명에 가까운 것으로 잠정적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언론매체들은 라파스는 물론, 엘알토시(市) 등 인근 지역에 탱크와 함께 수천명의 군병력이 배치됐다는 점에서 진압 병력 및 경찰에 대해 최대한 인내를 발휘해줄것을 호소했다. 라파스의 가두행진 시위는 산발적으로 비교적 평화스럽게 진행됐으며, 아직까지사상자 발생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와 동시에 라파스 대중교통 업계도 파업을 벌여 시내 전체가 완전 마비 상태에 빠졌다. 현재 라파스는 이 도시로 통하는 주요 6개 도로가 농민과 노동자 시위대 수천명에게 봉쇄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물자 조달이 안돼 연료 및 생필품 재고량이거의 바닥난 상황으로 알려져 대규모 폭동사태도 우려된다. 산체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새 시장으로 하는 가스수출 계획에대한 타당성을 추가로 검토하고 국내 여론을 모으기 위해 사업을 연말까지 보류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카를로스 메사 부통령은 산체스 대통령의 강경진압을 강력 비난하고 나섰으며, 시위를 주도하는 노조 지도자들은 가스 수출 프로젝트를 보류하는 것만으로 시위를 중단시키지 못한다며 산체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엘알토시(市) 노조 지도자인 로베르토 데 라 크루스는 "우리는 그(대통령)가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야당 의원으로 시위를주도하는 에보 모랄레스 의원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대통령의 사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이번 노동자와 농민 시위가 국가 전복을 획책하는 야권의 쿠데타 모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광산업계의 백만장자 기업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산체스 대통령은베네수엘라 다음으로 남미에서 매장량이 많은 천연가스를 외국에 수출하면 연간 15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과 가난한 원주민들은 과거에도 국영기업의 매각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이번에도 경제적 혜택은자신들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더욱이 칠레를 통해 천연가스를 미국과 멕시코로 수출한다는 정부 계획은 반정부 시위를 더욱 촉발시켰다. 볼리비아에서는 1879년 칠레와 벌인 전쟁에서 패배한이후 해안선을 잃고 볼리비아가 내륙국이 됐다는 점에서 칠레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강한 상태다. 앞서 산체스 대통령은 자신도 페루의 항구를 통해 가스를 수출하는 것을 더 원하고 있으나, 기술 및 경제적 요소를 감안하면 칠레를 통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인정했다. 이번 소요사태로 현재 사업이 불투명해진, LNG 수출을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는 총 투자 규모가 60억달러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스페인의 석유.가스그룹 레스폴 YPF를 비롯해 브리티시 가스, 판 아메리카 에너지 등이 `퍼시픽 LNG'사업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판 아메리카 에너지는 영국 석유 메이저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아르헨티나의 브리다스(Bridas)사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레스폴 그룹은 볼리비아에서 하는 LNG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52조3천억 입방 피트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산체스 대통령의 마약근절 정책에 반발한 코카 잎 재배 농민들과 수송업계 노동자들이 이번 주부터 반정부 시위에 합류한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조만간수습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항공사들은 라파스 착발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