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테러 전쟁으로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지 만 2년이 흐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치안불안이 여전하다. 아프간 전쟁의 와중에 미군의 추적을 피해 행방을 감춰버린 탈레반의 정신적 지도자 물라 오마르를 추종하는 세력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17일 파키스탄과 인접한 카불 남쪽 도시 가즈니에서는 현지 경찰서장의집 밖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4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9월 초에는 덴마크 구호단체에 소속된 아프간인 4명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처형방식으로 살해됐다. 또 8월13일에는 2명의 아프간 자원봉사요원이 피살됐다. 아프간인 등을 상대로 한 이같은 테러는 치안불안을 확산시켜 미국 주도의 전후재건작업에 차질을 빚게 하려는 탈레반 지지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오마르가 지난 94년부터 2001년까지 근거지로 삼아 지배한 아프간 제2의도시 칸다하르에는 오마르의 잔영이 더욱 뚜렷이 남아 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돈을 대 오마르에게 선물로 지어주려던 `오마르 사원'이 미완공된 채로 있는 칸다하르의 주민중 상당수는 칼리쉬니코프 소총을숨겨 놓고 저항의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파악돼 치안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는 나지브는 "적지 않은 칸다하르 주민들이 탈레반 전사출신"이라며 "그들은 이미 흘러가 버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귀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가즈니의 아사둘라 할레드 주지사는 "탈레반 정권 붕괴이후 3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테러위협은 여전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5개월전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아프간에서의 주요 전투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지난 2개월동안 가즈니를 포함한 아프간 남동쪽 산악지역에서 교전등으로 희생된 사람이 300여명에 달한다. 탈레반 지지세력의 계속되는 저항으로 이처럼 치안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아프간 곳곳에서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탈레반 정권이 없는 상황에서 2년을 보낸 아프간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 생각은 탈레반의 재집권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할레드 주지사는 "탈레반은 치안을 위협하는 요소일 뿐"이라며 그들이 세력을 규합해 재집권에 성공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민들의 전반적인정서를 대변했다. 가즈니 주민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한 탈레반 정권이 미군에 의해 축출된 후치안불안은 여전하지만 경기가 개선되고, 생활의 자유가 나아졌다고 긍정 평가하고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자말루딘 아자미는 "장사가 너무 잘된다"며 즐거운 비명을질렀다. 과거 탈레반 정권하에서는 사진촬영이 반이슬람으로 간주돼 사진업은 그야말로 사양산업이었는 데 상황이 바뀌어 손님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퇴역 군의관 출신으로 약국을 운영하는 골람 모히우딘은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뒤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정신적 자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과거 20여년간 전쟁과 가뭄으로 고통받아온 가즈니 주민들은 서서히 닥쳐오는변화의 물결속에서 탈레반 지지세력의 계속되는 저항공격이 아프간 재건에 부정적인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엔과 아프간 정부 및 구호단체들은 현재 카불에만 국한돼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도 평화유지군의 활동영역을 대폭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가즈니.칸다하르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