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주된 명분이 됐던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미 의회 조사팀의 중간보고서가 발표되는 등 악재가 속출하면서 미국이 1일 새롭게 제안한 이라크 관련 유엔 결의안 채택이 위기에 봉착했다. 데이비드 케이 단장이 이끄는 WMD 수색팀인 이라크서베이그룹(ISG)은 2일 미 의회에 제출한 중간보고서에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장거리 미사일 등의무기 생산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WMD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후세인이 위험한 인물이었음이 입증됐고, 후세인이 제거돼 세계가 더 나아졌다고 주장하면서 WMD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쟁의 명분이 퇴색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회람된 새 결의안 초안 내용이 이라크에 대한 주권이양 일정이 명확히 담겨 있지 않다는 비판여론이 고조돼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주권 이양과 다국적군 창설 등을 골자로 하는 이라크 관련 수정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으나 이 결의안 초안은 `실제적인 범위내에서가능한 한 신속하게 점진적으로' 이라크 정부에 권한을 이양한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주권 이양일정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은 미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아난 총장은 2일 유엔 안장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회의에서 "이라크 관련 수정결의안 내용은 자신의 권고와는 다른 방향"이라며 주권이양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은 수정 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난 총장은 "헌법 제정 및 총선전에 이라크 국민들이 정부를 구성토록 하는 것이 게릴라 공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권 이양전에 수개월이 걸릴 수도있는 헌법제정을 먼저 추진하려는 미국의 생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러시아가 새 결의안 초안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 미국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프랑스 외무부의 에르브 랏수 대변인은 결의안 수정안에 대해 주권이양 일정을명확히 하라는 프랑스의 주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타협점을 모색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미측의 수정안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라크 시아파의 최고기구인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의 압둘아지즈 알 하킴 의장도 새 결의안 초안이 미군의 주둔 시한과 철수 일정을 제시하지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5월1일 주요 전투 종료가 선언된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사망한 미군이88명에 달할 정도로 게릴라 공격이 격렬해 지고 있는 이라크의 내부 상황은 이라크전후복구 작업에 각국을 참여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리카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중장)은 "게릴라 공격을 받아 한주에평균 3∼6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40여명이 다치고 있다"며 "적(저항세력)들의 공격은 한층 더 치명적이면서 복잡하고 첨단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