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훌쩍 넘긴 이지송(李之松.64.사장) 현대건설 사장이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이라크 건설공사 미수금 회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2일 뉴욕 특파원들과 마주한 자리였다. 이 사장은 서두에 이라크 정부를 상대로 미국에서 벌인 소송 2심에서 2일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워싱턴에서 채권단들과의 회의도 잘 돼 간다는 소식을 전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라크 미수금 11억4백만달러(약 1조2700억원)는 회수 시기가 문제이지 회수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 근무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는 감회에 젖어 드는 듯했다. "태어나서 처음 미국에 왔다"는 말에 기자들이 "정말이냐"고 묻자 11년간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지아 등에서 근무했다며 해외 근무 시절을 털어놓았다. "사막의 공사현장에 나가면 15일 만에 밥을 한 차례 지어놓고 밥을 그릇에 담아 물을 붓고는 한참 저은 뒤에 윗부분만 조심스럽게 떠먹습니다. 그래도 자근자근 모래가 씹히죠" "외국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들은 한 번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죽을 고비도 넘겨봤습니다. 그래도 그 일 아니면 먹고 살지 못하는 줄 알고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이 사장은 지난 시절이 하나 둘 생각나는 듯 손이 떨리고 목소리는 높아졌다. "이라크 미수금은 무기를 팔거나 부정한 짓을 해서 번 돈이 아닙니다. 이라크 국민에게 필요한 집과 병원을 지어주고 길을 내 준 대가입니다. 반드시 받아야 할 돈입니다." 청춘을 바친 한국의 대표 건설회사가 위기에 빠진 현실에 감정이 북 받쳐 오른 것일까. 이 사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파병문제가 조심스럽다는 그는 "솔직히 파병이 좋은지 나쁜지는 몰라도 군대를 보내면 우리 목소리가 커지지 않겠느냐"며 채권회사 사장으로서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 국가,공공채권 회수를 위해 결성된 파리클럽과 은행들의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런던클럽 이외에 순수 상업채권 보유자들의 단합을 위해 워싱턴클럽을 결성하는 방안을 주도적으로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이 사장은 "국민의 돈을 지원받은 회사를 살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며 "미수금만 받아내면 현대건설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