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자국이익을 확보한다는 실용적 목적 아래 이라크 재건에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로버트 맥팔레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26일 주장했다. 지난 83~85년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팔레인은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러시아는 또 이라크 재건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상처받은 강대국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맥팔레인의 기고문을 요약한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테러공격의 희생자라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2001년 국방부건물과 세계무역센터(WTO) 쌍둥이건물에 테러공격을 당했고 러시아는작년 모스크바 극장에서 체첸 분리주의자 소행의 인질극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테러위협에 대응한다는 결의를 굳건히하게 됐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행동에 도움을 주었으며 비록 후세인 처리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가중동의 불안정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다. 또 러시아는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파기를 위해서도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명백한 러시아인 사고(思考)의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마도 러시아로 하여금 이라크 재건에 적극적인 역할을수행하도록 한 동인(動因)은 자국이익을 확보한다는 실용주의일 것이다. 대부분 자신들이 건설했던 이라크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폐허가 된 사회기반시설을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러시아는 미국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러시아 는 전력, 수도 등 일상에 필요한 시설을 공급하려는 노력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이라크내 부족 지도자들과 공고한 관계를 구축, 그들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쉬우며 이로 인해 이라크인들이 외국군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데도 수월하다. 러시아는 이라크 재건에 물리적.재정적으로 관여하는 대가로 미국에 대해 전쟁이전 체결된 러시아 업체의 이라크 원유 도입계약이 유효함을 인정받고자 할 것이다. 미국은 이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어 결국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게 될 것이다.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고 경제적 이득을 얻는 데서 나아가 러시아는 당대 세계적으로 가장 위협이 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국민 정서에도 깊은 이익을취하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이 3분의 1로 줄고 영토와 강대국 지위도 절반 가까이 깎여 자존심이 상한 러시아인들은 이라크 재건 참여로 인해 국가 지위에 대해 계산하기 힘든 효과를 얻게 될 전망이다. 』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