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파키스탄, 터키 등 10여개국에 수천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병력 파병을 요청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병 요청을 받은 관련국들은 이라크전의 정당성 논란에 따른 국내의 반발과 유엔의 승인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파병을 머뭇거리고 있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우리나라도 26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논의, 국내 여론과 국제정세 등을 감안해 파병 여부를 신중히 결정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라크에는 현재 미군 13만여명을 비롯, 영국(7천400명), 이탈리아(3천명),폴란드(2천700명), 우크라이나(1천640명), 스페인(1천300명), 마케도니아(28명), 카자흐스탄(29명), 싱가포르(30명), 라트비아(36명), 몰도바(42명) 등 32개국이 병력을 파견중이다. 다음은 이라크 파병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국가들의 입장을 최신 외신 보도 등을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조건부 파병 ▲터키 = 미국으로부터 1만∼1만5천명 규모의 병력 파병을 요청받은 터키는 유엔의 승인을 파병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터키군은 유엔이 평화유지군 파견을 허용할 경우 올해 연말까지 1만명정도의 병력을 파견할 방침임을 미 국방부에 통보했다고 미 전국지 USA 투데이가 25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터키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26일 소집돼 이 같은 방안을 추천하는한편 내달 1일 여름 휴회를 마치고 소집되는 의회가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도 지난 22일 외국군대의 점령이라는 인식을 줄일 수있어야만 군대를 파병할 것이라고 밝혀 조건부 파병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터키에 85억달러(약 9조7천억원)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면서도 이는 터키의 병력 파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터키 여론조사기관 `소나르'가 전국 2천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2.5%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서는 안된다"고 응답한 반면 파병지지 층은 24.6%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 =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5일 유엔의 결정이 있으면 이라크에 인도네시아군을 파병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과의 회견에서 "물론 나중에 (군대를) 보낼수 있지만 이는 유엔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엔이나 국제이슬람기구의 후원을 받는 이슬람군이 이라크에 파병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이라크와 관련해 미국이 채택을 추진중인 새로운 유엔 결의안의 내용을 보고 파병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을 위해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는 미국의 파병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슬람 정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무샤라프 대통령의 발언은 유엔이나 이슬람기구의 기차 아래에서만 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조건부 파병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리아 = 시리아는 유엔이 이라크 재건을 우한 통제권을 인수한다면 이라크에평화유지군을 파병할 용의가 있다고 시리아의 한 고위 관리가 지난 22일 밝혔다. 부타이나 샤반 신임 해외추방 담당 장관은 이날 "시리아는 오직 유엔이 이라크에서 최종 권한을 갖게 되고 미군의 철수시한이 정해지면 이라크에 대한 파병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시리아를 포함한 아랍연맹이 이라크 재건을 위한아랍 차원의 기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건부 검토 및 반대 ▲러시아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일 이라크에 주둔할 미군주도의 다국적군에 러시아군을 파견하는 문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다국적군 창설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다국적군의 주둔기간, 임무 등각종 조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마련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편 이라크전 반전동맹을 이끌었던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등 3국 정상은 지난24일 이라크 전후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해 "건설적인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프랑스 =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 프랑스가 미국 주도의 이라크내 점령군에 참가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상황은변할 수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현재로서는 프랑스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전후복구와 관련한 미국의 새 유엔 결의안에 대해서도 이라크 주권이양 시한이 명시된다면 이를 거부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 = 독일은 이라크에 합법적인 정부가 들어서거나 유엔의 분명한 결의 이후에나 파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벨라 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지난 7월 "우리는 파병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합법적인 이라크 과도정부의 요청과 유엔의 분명한 결의가 선행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인도 = 인도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빈발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을 이유로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2일 최근의 인도-파키스탄 국경 상황을 고려하면 인도는 국경 부근의 안보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파병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도 이날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유엔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인도는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네팔 = 네팔은 국내 반군들에 대한 대응 등 군내 사정 때문에 미국의 이라크파병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네팔 정부 대변인이 지난 16일 밝혔다. 카말 타파 네팔 공보장관은 이날 "법 질서 유지와 테러 척결을 위해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팔 정부는 앞서 미국으로부터 1개 대대 규모의 병력 파병을 요청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 사우디는 지난 7월 이라크 합법정부의 요청이 없는 한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조건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은 지난 7월19일 "이라크 합법정부가 요청하지 않는 한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걸프협력회의(GCC) = 바레인 등 걸프협력협의회(GCC)는 지난 6일 미국이 원하는대로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라만 알-아티야 GCC 사무총장은 이날 홍해 도시 제다에서 열리는 GCC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미국의 바람대로)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할 의사가 없다"고 못박고 "실제 그런 문제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병 결정 ▲태국 = 태국은 이라크 전후지원을 위해 오는 28일부터 모두 422명의 병력을파견할 계획이다. 태국 최고사령부 대변인인 피트사누 우라일레르트 중장은 (총 422명의 파병 병력중) 오는 28일 약 200명에 이어 30일 나머지 병력이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군은 이라크 중부도시 카르발라에 배치돼 폴란드군의 지휘를 받으며 각종시설물 복구활동과 의료 지원활동 등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 일본 의회는 지난 7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법안을 승인했지만 이라크의 불안한 치안상황으로 인해 파병이 미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라크에서의 구호 물자 소송 지원 등을 위해 항공자위대(ASDF) 소속 C-130 수송기를 연내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지난19일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라크 전후 복구를 위한 육상자위대(GSDF) 파견계획이 이라크의 불안한 치안상황으로 미뤄지면서 야기된 미국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일본은 지난 14일 자위대 파병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이라크와 쿠웨이트를포함한 중동지역의 치안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