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덴마크 왕조를 이어받을 프레데릭 왕세자(35)가 호주 평민 출신인 메리 엘리자베스 도널드슨(31)과 오는 10월8일 약혼한다고 덴마크 왕실이 24일 밝혔다. 마르그레테 여왕은 2주전 왕실 약혼 승인권을 가진 정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으며 각료들과의 월례회의 후 약혼 사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왕세자가 훌륭한 선택을 했다"고 찬양하고 정부가 이들의 약혼을 승인할 것이며 모든 정당 지도자들도 정부의 결정에 찬성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왕세자의 개인비서는 결혼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내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만나 사귀어 온 이들이 결혼하면 호주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유럽 왕실에 진출하는 것이며 프레데릭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 받으면 도널슨은 덴마크 왕비가 된다. 이날 덴마크 국영 TV들은 왕세자 약혼 소식을 온종일 특집 방송으로 보도했으며 이날 왕세자의 웹페이지에는 두 사람의 사진이 덴마크어 및 영어로 쓰여진 경력과 함께 소개됐다. 프레데릭 왕세자는 정치학 석사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2학기 수학하기도 했으며 유엔 대표부와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한 경력도 있는데 한 신문여론조사에서 5년째 `올해의 덴마크인'으로 뽑힐만큼 국민 사이에 인기가 높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지난 2001년 말 왕세자가 시드니의 부동산회사에서 근무하는 테즈메이니아 출신 갈색머리 여성과 데이트한다는 사실을 보도한 한 잡지에 의해 세상에 밝혀졌다. 이 때부터 언론은 도널슨을 "완벽한 왕세자비" "귀여운 미녀" 등으로 부르면서 그녀의 패션감각과 법대 졸업 학력을 치켜 올리기에 바빴다. 두 사람은 몇달 전부터 함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공식 행사에는 아직 동행하지 않고 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현재 옥스퍼드대학 수학 교수인 아버지와 영국 출신 작가인 양어머니 밑에서 자란 도널드슨은 지난 해 초부터 덴마크에 살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덴마크 자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해 오다 약혼을 앞두고 최근 사직했다. 덴마크 왕실은 외국인과의 혼인 역사가 깊은 가문으로 프레데릭 왕세자의 동생인 요아힘 왕자는 지난 1995년 홍콩 출신 영국 평민여성 알렉산드라 크리스티나 맨리와 결혼했으며 마르그레테 여왕도 지난 1967년 프랑스 외교관인 앙리 라 라보르드드 몽페자 백작과 결혼했다. 마르그레테 여왕은 아들에게 양위하기 위해 은퇴할 계획이 없음을 거듭 밝혀 왔다. (코펜하겐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