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2일 재무상에 다니가키 사다카즈 국가공안위원장을 임명하고 총무상에 아소 타로 자민당 전 정조회장을 기용하는 등 9명의 각료를 경질하는 대폭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은 21일의 핵심 당직 인선에 이은 후속 인사로,이로써 자민당 총재에 재선된 고이즈미 총리의 2기 국정을 뒷받침할 신체제 구축이 마무리 됐다. 관심의 초점이 됐던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 및 경제재정상과 가와구치 요리코 외상 등 6명의 각료는 유임됐다. 이시하라 노부테루 국토교통상과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이 자리를 옮겨 새 각료를 맞은 부처는 11곳이 됐다. 이날 개각은 대폭적인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비롯한 고이즈미 정권의 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2기내각 출범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제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고이즈미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는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 및 경제재정상이 자리를 지킨 데다 경질될 것으로 점쳐졌던 가와구치 외상이 유임됐기 때문이다. 특히 게이오대학 경제학 교수 출신인 다케나카 금융 및 경제재정상은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와 금융위기로 자민당 중진의원들의 표적이 됐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굳은 신임을 확인함에 따라 행보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정치권과 언론은 유임되더라도 금융이나 경제재정 중 한가지만을 맡게 될 것으로 점쳤던 그의 역할에 변화가 없게 된 점을 주목,개혁의 고삐가 바짝 조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케나카도 개각 직후 기자 회견에서 "나의 재신임을 두고 항간에서 말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속투를 부탁한 고이즈미 총리의 당부에서 개혁의 열망을 읽었다"고 말해 개혁 전도사 역할에 더 힘을 쏟을 것임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 불량채권 감축과 공공사업 축소,우정사업 민영화 등을 축으로 한 고이즈미 정권의 경제개혁은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니가키 재무상 역시 기자회견에서 "성과주의 예산 편성과 재정 적자 축소를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주문받았다"고 밝혀 경기부양 등 경제정책의 급선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회복 조짐과 달리 민간 기업과 이코노미스트들로부터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은 데다 엔화 강세까지 겹치고 있어 해법이 주목된다. 가와구치 외상은 북한 핵과 납치자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점이 유임의 키 포인트가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개각에서 눈길을 끈 또 하나의 대목은 대북 강경파의 부상이다. 대북 강경파로 지난 주말 자민당 간사장에 발탁된 아베 신조와 코드가 맞는 이시바 시게루 장관은 유임됐다. 그는 '대북 선제 공격론'을 거침없이 주장하는 인물이다. 여기에다 대북 경제제재 강화를 주장해온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성 부대신이 과학기술상으로입각했고,대북 경제제재를 요구해온 고이케 유리코 의원은 환경상에 임명됐다. 또 아소 다로 총무상은 지난 6월 자민당 정조회장때 "식민지 시절 조선인이 원해서 창씨 개명을 했다"고 발언한 보수주의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