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 경영학석사(MBA)들에게 연방정부가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3~4년간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들이 퇴직하면서 비게 되는 자리를 메워야 하는 인력 채용수요가 생긴 데다 연방정부에 민간기업식 경영관리 기법을 도입하라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MBA를 찾는 부처가 늘고 있다. 연방정부 인력관리국의 통계에 따르면 1997년에는 연방정부가 MBA 출신 공무원을 6백63명 채용했지만 올해 채용인력은 1천5백명이 넘는다. 조지워싱턴대학의 경우 지난해 MBA 졸업생 중 5%가 연방정부에 채용됐지만 올해는 20%로 늘어났다. 연방정부가 제시하는 연봉은 월가의 민간기업보다 훨씬 적다. MBA 출신 초년생의 연봉은 일반 공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4만달러에서 4만5천달러 수준. 기대보다 적은 돈이지만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MBA들에겐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직장인 셈이다. 연방정부의 MBA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2007년까지 연방공무원의 53%가 퇴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채용이 늘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 중 첫 MBA(하버드대)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MBA 출신 장관 3명을 기용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조지워싱턴대학,일레인 차오 노동부 장관은 하버드대학에서 각각 MBA를 땄다. 차오 장관은 전국의 경영대학원과 졸업생 협회에 편지를 보내 노동부가 고위직에도 MBA 출신을 찾고 있다며 졸업생들이 적극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