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육성으로 추정되는 음성을 담은 14분 분량의 녹음테이프가 17일 두바이 소재 위성채널인 알-아라비야 TV를 통해 방송됐다. 이 음성의 주인공은 "미국민들에게 재앙이 될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이라크에서 군대를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 남자는 "이라크 국민이여,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 적들은 지쳐가고 있고,그들의 피해는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며 이라크 국민에게 미국이 이끄는 점령군에대한 지속적인 항전을 촉구했다. 이 남자는 이어 "오! 무자헤딘들이여(전사들이여), 적들을 향한 올가미를 더욱조이고 공격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이라크의 주권을 주장하면서 미군의 점령에 항의하는 거리시위와 선전전을 병행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한민족이므로 뭉쳐 싸워야 한다"며 대미 항전을 위해 단결할 것을 이라크 국민에게 촉구하고 이같은 저항운동에 돈을 기부하라고 호소했다. 이 남자는 "너희들(미국)의 철수는 피할 수 없다"며 미국의 패배를 주장한 뒤현재 체포돼 있는 후세인 정권 시절의 이라크 지도부와 철수문제를 논의하라고 미국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서는 다국적군을 구성해 이라크에 주둔시키려는 미국의 계략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이 남자는 주장했다. 그는 이 테이프를 녹음한 시기는 9월 중순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쉰 목소리에 피곤해 보이는 음성의 이 남자는 긴 생각에 잠긴 듯 한참동안 말을중단하기도 했으며, `부스럭'거리는 종이 소리가 들려 종이에 쓴 글을 읽고 있음을암시했다. 알-아라비야 TV의 아이멘 가발라 보도국장은 테이프 입수경위에 대해 "오늘(17일) 입수했다"며 "이전처럼 한 남자가 바그다드 사무실로 `후세인의 육성테이프를갖고 있다'는 전화를 건 뒤 사무실 근처에 테이프를 놓고 가 수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수한 테이프 전체를 방송했다고 덧붙였다. 알-아라비야 TV는 이 목소리를 방영하면서 후세인의 자료사진을 보여줬다. 후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육성이 전파를 탄 것은 지난 1일 레바논방송(LBC)에서 후세인을 자처하는 한 남자가 모든 이라크 점령자들을 국적에 관계없이 공격하라고 촉구하는 테이프를 방영한 지 보름여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29일에는 미군에 의해 사살된 후세인의 두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후세인의 육성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알-아라비야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정보당국은 이번에 알-아라비야 TV를 통해 방송된 테이프의 목소리가후세인의 육성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카이로.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