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병력이 전세계에 너무 넓게 퍼져 있어 전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군의 `과잉산개(overstrech)'에 대한 우려는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에 의해 제기되고 있으며 군 관계자들도 이를 시인하고 있다. 미군의 이 같은 과도한 분산 배치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2년만에, 그리고 미 육군과 해병대의 3주간의 전격적인 이라크 정복 이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미군은 전세계에 위험스러울 정도로 얇게 퍼져 있다. 그것도 북한과 같은 `깡패국가'와의 제2 전면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와 정치인들은 예비군과 주방위군이 심각하게 과도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 고위 당국자는 과잉산개로 인한 과도한 긴장과 사상자가 계속 늘어남에 따른 사기 저하는 직업 군인의 주력인 준사관 등 경험 많은 병사들로 하여금 대규모로 군을 떠나게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미군 과잉산개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라크. 이라크 주둔 미군은 현재 16만1천500명. 이들 중에는 주방위군 8천명과 예비군 1만2천명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약 14만명의 정규군이 이라크 전선에 발이 묶여 있다. 이는 미군 전체 병력의 20%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병력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치안을 확보하고 이라크 시민사회를 재건하는 데는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군 관계자는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배, 혹은 3배 이상의 병력(약 30-40만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군의 전세계 배치는 정상을 벗어난 것이다. 조지W.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 추진해온 아프리카와 발칸 지역에서의 `무익한 국가건설' 모험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임기 2, 3년째에 클린턴 행정부가 보스니아와 코소보에 `국가 건설'을 위해 보낸 병력보다 30배 이상의 병력을 이라크에 배치하고 있다. 이라크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9천6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발칸 지역에도 5천100명이 배치돼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그의 팀은 취임 3년이 다 돼가도록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잡지 못하고 테러 조직 알-카에다를 분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 배치의 수수께끼는 동북아시아에도 많다. 한국에는 현재 3만1천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는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포함하는 대규모의 테러 위험이 존재하는 미국의 국내 안전을 위해 배치된 병력보다 많은 숫자다. 미국 국내 안보를 위해 배치된 미군 정규군은 2만8천600명으로 주한 미군보다 약 3천명이 적다. 사실 럼즈펠드 장관과 그의 민간인 전략가들은 주한미군을 빼내 그들의 가장 선호하는 목적인 알-카에다 퇴치 작전에 효과적이고 과감하게 투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에는 새로운 문제점이 있다. 주한 미군을 철수할 경우 북한이 이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안전 인계철선'의 제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 북한과 위험스런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주한미군은 비무장지대 북쪽에 있는 북한의 막강한 1만3천기의 포대에 `인질'이 될 것이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