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이라크전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라크 무기 보고서를 변조했다는 비난을 모면하고 주의를 분산시켜 국면을 전환하려고 의도적으로 BBC 방송과 분란을 야기했다고 그레드그 다이크 BBC 사장이 15일 주장했다. 다이크 사장은 이날 데이비드 켈리 박사 자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허튼경)에 증인으로 출석해 "BBC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공격이 있었으며 이런 공격이 사전에 계획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BBC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이라크 무기 보고서가 전쟁 지지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변조됐다'고 폭로했으며 켈리 박사는 이 보도의 취재원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뒤인 지난 7월 자살했다. 앨러스테어 캠벨 전 총리 공보 수석은 BBC의 보도가 나간 직후 하원 외교위원회가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에 착수하자 BBC 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으며 BBC는 이에 정면으로 반발해 치열한 공방전이 진행됐다. 다이크 사장은 영국 정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다른 이라크 무기 보고서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 사태를 막으려고 지난해 9월 문건과 관련한 BBC 방송의 보도 내용을놓고 공세를 펼쳤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이크 사장은 "하원 외교위원회가 2월 문건 작성 경위와 관련한 캠벨 전 수석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공격을 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리처드 샘브룩 BBC 보도국장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크 사장은 "캠벨 전 공보 수석은 BBC의 일부가 반전을 의제로 설정했으며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면서 "이는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것이라는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2월 발표된 문건은 이라크 무기에 관한 두번째 정보 보고서로 10년전에 작성된미국 대학원의 박사학위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나 언론한테 `엉터리 문건(dodgy dossier)'이란 별칭을 얻었다. 한편 다이크 사장은 BBC의 국방담당 앤드루 길리건 기자의 `9월 문건 변조' 보도와 관련해 용어의 선택에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다이크 사장은 기사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길리건 기자를 전적으로 옹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크 사장은 또 길리건 기자가 자신이 쓴 기사의 정확성을 입증하기 위해 하원 정보위 소속 의원에게 e-메일을 보내 BBC 방송의 다른 프로그램인 뉴스나이트 국방담당 수전 와츠 기자의 취재원 역시 켈리 박사였다는 사실을 누설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길리건 기자는 당시 와츠 기자의 취재원이 켈리 박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위치에 있지 않았으며 설사 그런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다른 기자의 취재원 또는 정보원을 누설하는 것은 언론의 보도 관행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다이크 사장은밝혔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