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축출키로 한 이스라엘 안보 내각의 결정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가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 지도부는 12일 비난 여론과 상관없이아라파트 축출을 강행할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전세계에서 아라파트 수반을제거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했다고 지적하면서 국제사회는 계속되는 자살폭탄 테러에 직면한 국가의 일을 판단할 권리가 없다고 못박았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대니얼 커처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와만나기 전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은 이 조치(아라파트 축출)를 좀 더 일찍 취하지 않은 역사에 오점을 남길만 한 실수를 했다"며 아라파트 축출을 강행할 방침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안보 내각의 결정 직후부터 우려 섞인 반응을 나타냈던 국제사회는 12일 이스라엘의 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더욱 분명히 나타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외무장관회담을 위해 스위스를 방문 중인 코피아난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라파트 축출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스라엘 내각이 이 문제를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특히 "아라파트 수반을 강제로 축출하는 것은 긴장과 불안으로 점철된 현재의 중동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하고도 비생산적인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동평화로드맵(단계적이행안)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도 백악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고위 안보 라인이 총동원돼 이스라엘의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 백악관은 12일 이스라엘 내각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축출키로 결정한 데 대해 이는 그에게 더 넓은 무대만을 제공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중동지역국가의 관리들과 다각적인 접촉에 착수했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아라파트 수반을 축출하지 못하게 하고 그의 안전을보장하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가 나서서 논의해달라고 이날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는 비동맹운동(NAM) 116개국을 대표하는 앙골라의 요청에 따라 다음주 초 팔레스타인이 마련한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유엔 아랍 연맹국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적극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내각의 결정에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 수백명은 11일에이어 12일에도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 집결, 아라파트 수반에대한 지지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 이어 12일 밤에도 지지 군중 앞에 모습을 나타낸 아라파트 수반은 "아무도 나를 내쫓을 수 없다"며 "우리는 수백만의 순교자로서 예루살렘까지 갈 것이다"며 이스라엘의 축출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4만5천여명도 이날 레바논 최대 난민 캠프인 아인 엘-헬웨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이날 이스라엘의 결정을 비난하고 아라파트 수반을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편 아라파트 수반이 이끄는 파타운동의 무장조직인 알-아크사 여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라파트 수반과 그의 보좌관들을 건드리면 멈추지 않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의 화산이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아크사 여단은 이어 이스라엘이 아라파트 수반을 축출하면 이스라엘 어느 곳이든 제한없이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루살렘.제네바.워싱턴.유엔본부 AP.AF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