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칸쿤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닷새간 일정의 둘째날인 11일 한국 대표단은 핵심쟁점인 농업부문의 공동 수정안을 수입국 중심의 9개국 그룹(G-9)에 소속해 마련하는 등주요 협상분야에 대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한 전 한농연 회장 이경해씨의 자살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농민.시민단체의 반(反) WTO 반대 시위가 격화된 가운데 13일로 예정된 전세계 시민단체의 대규모 시위가 이씨의 추모행사와 병행해 이뤄질 예정이다. 0...이씨의 장례절차에 대한 협의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칸쿤 투쟁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과 이씨가 자살했던 장소에 각각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멕시코 현지인을 비롯한 세계 각국 NGO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멕시코의 한 여성이 이씨가 자살했던 장소를 찾아 꽃바구니를 놓고 가는 것을 시작으로, 칸쿤시의 후안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살비데아 시장도 조화를 보내면서 "유족의 슬픔을 우리가 함께 한다는 점을 알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칸쿤 시위에 참여 중인 민주노총 관계자가 전했다. 이후에도 계속 멕시코의 일반 시민도 꽃바구니를 놓고 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으며, 특히 한 재미교포는 한국의 투쟁단에 밥과 수박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0...이날 오후 4시부터는 이씨가 자살한 장소에 영정과 함께 분향소가 설치돼 국제농민단체 비아 캄페시나를 비롯한 전세계 NGO 관계자 1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제가 열렸다. 한국 투쟁단은 이 곳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저녁에는 추모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투쟁단 관계자는 "촛불시위는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13일로 예정된 국제공동행동의 날에는 우리 대표단을 포함해 1만명 넘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0...한농연을 중심으로 한 한국 농민들은 이씨의 시신 운구 등 장례절차와 관련해 WTO 각료회의가 폐막하는 14일 멕시코를 출발해 16일께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을 추진하되 유족들이 도착하는 대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칠레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의 동생이 이날 중으로 도착하고 한국에 있는 이씨의 딸들도 늦어도 13일 중으로 멕시코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0...한국을 비롯해 일본,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 주요 농산물 순수입 5개국 농민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칸쿤 힐튼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에 담긴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안의 대폭 수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자살한 이경해씨를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회의에서 각국 농민단체 대표들은 주로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각료선언문 초안은 세계 가족농들의 존립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농민단체 간의 연대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이들은 다양한 세계 농업의 공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료선언문 초안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UR 방식에 의한 점진적인 감축 ▲수출보조에 대한 규율 강화 ▲농업의 비교역적기능(NTC)에 대한 충분한 고려 등의 요구사항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하고 이를 각국 대표단에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칸쿤=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