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맨해튼 남쪽 월가에서 서너 블록 떨어진 그라운드 제로(세계무역센터 테러 붕괴현장)는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담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당시의 현장 사진이나 '우리는 그 날의 영웅(복구하다 희생된 사람)을 잊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쳐다보는 사람.모두 숙연하게 발길을 돌리지만 그라운드 제로에 묻힌 2천7백92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까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9·11테러 2주기가 다가 오면서 유가족들 못지 않게 애 태우는 사람이 있다.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금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케네스 파인버그 변호사다. 그는 보상금을 신청한 유가족이 너무 적어 고민에 빠져 있다. 연방정부는 30억달러를 보상금으로 책정했다. 지금까지 사망보상금을 신청한 유가족은 1천2백40명 뿐이다. 신청자들에게 승인된 돈은 6억2천3백10만달러.보험금과 다른 보상금을 제외한 평균 수령액은 1백60만달러였다. 문제는 보상금 신청기한이 12월22일로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인버그 변호사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보상금 수령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를 협의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뾰족한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다. 얼마전 일부 유가족은 그라운드제로에서 시위를 벌였다. 재건축 때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달라는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질 첨탑과 쇼핑몰에 희생자들의 넋마저 잊혀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그들이다. 이들에게 2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보상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보상금을 신청할 마음의 준비가 덜 돼 있기 때문이다.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소송을 한 유가족도 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다. TV에 출연한 한 유가족의 반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쳤다. 보상금 신청기한이 곧 끝난다는 질문에 "아직 준비가 안돼…"라며 눈물만 쏟아냈다. 이번 9·11 2주기 행사는 비교적 간소하게 치러진다. TV들도 오후에는 정규 방송을 할 예정이다. 사회의 관심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보상금조차 신청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