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는 전통적인 철강 강국이다. 룩셈부르크 경제는 철강산업의 부침과 궤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1911년 설립된 철강회사 '아베드(ARBED)'는 그런 점에서 '국민기업'으로 통한다. 아베드는 지난해 전략적 파트너였던 스페인의 아세랄리아와 프랑스의 유지노를 흡수 합병,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ARCELOR)'로 새롭게 탄생했다. 아베드 최고경영자였던 아르셀로 조셉 킨치 이사회 회장을 만나 룩셈부르크의 노사문화와 경제에 대해 들어봤다. 룩셈부르크 재계의 최고 거물인 킨치 회장은 아베드 시절 30년 가까이 한국 사업을 담당하면서 한국을 30회 이상 방문한 '한국통'. 노태우 전 대통령,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등 한국의 정ㆍ재계 인사와도 친분이 두텁다. -룩셈부르크는 안정된 노사관계로 정평이 나 있는데. "노조의 역사가 오래됐다. 노조가 회사와의 마찰을 파업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든다면 결국 자신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노사 함께 번영하기 위해서는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는 얘기다. 70년대 철강산업이 어려워지면서 대규모 노사 분규를 겪을 뻔했지만 '룩셈부르크 모델'을 도출해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노조는 협상 테이블에서만 사측에 불만을 표시했지 가두 시위는 하지 않았다." -조그만 나라 룩셈부르크 기업으로서 세계 최대 철강회사로 성장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내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우리의 사명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유럽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국제화에 주력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에서 온 값싼 노동력을 적극 활용, 생산비를 낮췄고 독일 프랑스 주변국가부터 남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때문에 글로벌 비즈니스에 관한 노하우는 전세계 철강업계 중 우리가 최고라고 자신한다." -정부와 기업의 이상적인 관계는 어떤 것인가. "한국에서는 정부가 경제 활동에 있어 지나치게 많이 개입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부와 기업은 각자의 영역을 책임(responsibility)지면 된다. 정부는 정치와 법, 기업은 경제와 노동자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기업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들을 철폐해야 한다." -한국의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현재 한국과의 경제 협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한국은 우리의 비즈니스에서 아주 중요한 나라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제2의 고향같은 곳이기도 하다. 77년 고려제강과 합작회사 '트레필 아베드 코리아(고려강선)'를 만들기 위해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조용한 어촌 도시였던 부산이 이제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고려제강과의 합작은 매우 성공적이며 지속적으로 협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 고려강선이 중국 칭다오에 공장을 설립함으로써 우리도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