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정관계 및 학계 지도자등 270여명이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에게 불화를 털고 민족단합을 유지토록 촉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저항운동 단체 하마스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작전을 경고한 가운데 발표된 이들의 호소문은 2일자 팔레스타인주요 신문들에 실렸다. 각계 지도급 인사들은 공개 호소문에서 "우리는 두 지도자가 이견들을 모두해소하고 자치정부 각 기관과 제도 내부의 위기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내정에 간섭해 민족 단결을 해치려는 이스라엘 정부 등 우리민족의 적(敵)들의 기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선 두 지도자가 "대화로 모든 이견들을 해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호소문에 서명한 각계 인사들 가운데는 야세르 아베드 랍보 자치정부 내각장관과 자치의회 의원인 하난 아쉬라위, 하팀 압둘 카타르 등이 들어있다. 특히 랍보 장관은 2일 오후까지도 아라파트 수반과 압바스 총리간 불화를 중재하려 시도했지만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팔레스타인 주류 정파인 파타운동 중앙위원회를 소집했으나 압바스 총리는 회의에 불참했다. 압바스 총리는 오는 4일 자치의회에 출석, 개혁 내각 출범 100일간의 성과를 설명하고 의회에 재신임을 요구할 예정이다. 압바스 총리가 의회에서 재신임을 확보할 경우 아라파트 수반과의 권력투쟁에서우위를 점할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그의 정치적 운명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지도자간 불화는 자치정부 치안기구 통제권과 정부 각 기관장 임명을 둘러싼대립에서 비롯됐다. 아라파트 수반과 압바스 총리는 1960년대 파타운동을 함께 창설한 오랜 혁명동지였으나 아라파트 수반이 지난 4월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압바스를 총리에 임명한뒤 줄곧 관계가 악화돼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압바스 총리 정부가 붕괴할 경우 새 정부와 상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더 나아가 아라파트 수반을 연말까지 추방하겠다고 경고했다. 두 지도자간의 장기 불화와 권력암투로 로드맵이 붕괴되고 유혈폭력이 재개될조짐을 보이자 팔레스타인 급진정파들도 내분 종식을 촉구하고 나섰다. 좌파 단체인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과 팔레스타인해망민주전선(DFLP)은 이날 공동성명을내고 이들의 불화로 거국단결이 무너지고 이스라엘이 불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며대화로 위기를 해소할 것을 요구했다. 파타운동 산하 무장단체 알-아크사 순교자여단도 전단을 통해 압바스 정부가 민족적 이익을 위해 아라파트 수반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각계 지도자들과 정파들의 화해 호소는 미국이 공표한 중동평화 로드맵이 표류하고 이스라엘이 군사공세를 다시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모파즈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일 하마스에 전면전을 선포한데 이어 2일에도 하마스에 대한 전면 압박을 경고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스라엘군이 조만간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