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와 국방부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등 내각의`불협화음'으로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이 초점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내셔스가 2일 칼럼을 통해 비판했다. 이그내셔스는 내각의 불협화음을 거중 조정할 국가안보회의(NSC)가 이 기능을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보다는 조지W. 부시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그내셔스는 칼럼에서 라이스 보좌관이 분별있는 정책분석가이기는 하나 정치가로서는 대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성품 때문에 라이스 보좌관은 콜린 파월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의견차를 보일 때 총의(總意)를 이끌어내는데 번번이 실패했다는 게 이그내셔스의 분석이다. 그는 라이스 보좌관을 과거 마키아벨리적 이미지를 드러냈던 헨리 키신저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처럼 강력한 국가안보보좌관과 비교하기도 했다. 외교정책 전문가로서 과거 공화당 정권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한 인사는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은 완전히 기능이 상실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장관 차원에서의 이견이 있을 때는 누군가가 판정을 내려야 한다. 바로 이 점에서 대통령 본인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라이스 보좌관보다는 부시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이그내셔스는 전후 이라크 정권 수립을 놓고 국무부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이 수주간 논쟁만 계속하느라 지난 3~4월에 걸쳐 매우 중요한 시간을 허비했다며 초점잃은 외교정책의 맹점을 지적했다. 특히 전쟁 발발과 함께 반체제단체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아흐마드 찰라비 의장 문제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고 이그내셔스는 지적하면서 찰라비 추종자들조차백악관이 `단일 전략'을 펴는데 실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라크내에서 우호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이라크 정정(政情)을 공백상태로 만들었다고 비난할 정도라고 전했다. 또 이라크에서 유엔 다국적군이 미군을 대체하는 것을 부시 대통령이 진정으로원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이그내셔스는 비판했다. 이그내셔스는 칼럼을 통해 이라크 사태에서 드러난 미국의 외교정책 부재는 북한 핵위기 처리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2년여 동안 대북(對北) 강경파가 클린턴 행정부의 온건정책 계승을 거부하다가방향을 전환,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했을 때는 이미 북한이 핵무기 배치까지검토할 정도에 이르는 등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게다가 베이징(北京) 6자회담을 눈앞에 둔 시점에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적 불량배'라고 묘사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난맥상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이그내셔스는 끝으로 외국에서의 점증하는 도전에 맞서 분열된 내각에서 확고한전략을 이끌어내려면 부시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이용할 필요가 있으며 대통령이결단력을 보여야만 라이스 보좌관이 무너진 거중조정 기능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