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정전 사태로 수천만명이 피해를겪은 미국 동북부, 중서부와 캐나다 동남부 지역의 전기가 16일 오후(이하 현지시간)대부분 복구됐다. 그러나 일부지역의 식수 부족과 항공기 연발착 등 불편이 계속되고 있고 전력복구도 완전하지 않아 관계 당국과 전력업체들이 절전을 호소하는 가운데 단속적인 국지 정전은 계속됐다. 이번 정전사태는 일단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확산차단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정전사태가 엄청나게 확대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않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 복구=미국 뉴욕시의 경우 15일밤까지 모든 지역의 전기가 복구됐다. 한동안 암흑을 이뤘던 맨해튼의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네온 사인이 다시 밝혀지고 브로드웨이의 극장들도 공연을 재개했다. 16일 새벽부터는 뉴욕시내 모든 지하철 노선과 롱아일랜드, 뉴욕주 북부지역을잇는 통근열차도 운행을 재개해 대중교통 시스템도 정상을 되찾았다. 한때 항공기 이륙이 불가능했던 뉴욕의 존 F. 케네디와 라과디아, 뉴저지주의뉴어크 등 뉴욕 일대 공항들도 정상운영 체제로 복귀했다고 메트로 폴리탄 교통공사가 밝혔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뉴욕시민들은 비범한 태도로 이번 정전사태에 임했다"면서 "언젠가 웃으면서 이 일을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뉴욕 시민들의 협조적 태도를 치하했다. 그는 이번에는 1977년 뉴욕시 정전 때와같은 약탈사태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 지역의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에너지업체 DTE는 16일 오전까지 극히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기공급이 재개됐다고 밝혔고 또다른 에너지업체 퍼스트에너지는 전날밤 클리블랜드를 비롯한 오하이오 북부지역과 펜실베이니아 일부지역의 전기가 복구됐다고 말했다. 토론토를 포함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가 복구됐으나전력생산 능력이 정상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해 단속적인 정전은 이어졌다. ▲계속되는 불편과 추가 정전 가능성=클리블랜드에서는 식수부족 사태가 계속됐다. 시 당국은 정전으로 하수처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상수원이 오염됐을가능성이 있다면서 최소한 며칠간은 수돗물을 피하거나 끓여서 마실 것을 당부했다. 조지 파타키 뉴욕주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뉴욕주의 경우 100% 전력이 복구됐지만 여전히 예상수요에 비해 수천 메가와트의 전기가 부족하다면서 에너지를 절약해줄 것을 호소했다.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에서는 수압도 낮아 주민들이 수돗물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하수유입으로 오염된 뉴욕시 일대의 해변에도 주민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토론토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여전히 중단되고 있고 한 주 일과가 시작되는 18일오전까지 복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뉴욕주의 뉴욕시 북부지역과 뉴욕시, 클리블랜드의 일부 지역에서는 단속적인정전이 계속됐고 각 지역 관리들은 전력생산 능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주민들이절전하지 않을 경우 또다시 정전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미시간주 지사는 "우리는 아직 숲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주민들의 절제를 호소했고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절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가동이 일시중단됐던 발전소들 가운데 화력발전소들은 대부분 전력생산을 재개했으나 손상된 관련시설의 복구 등에 시간이 필요해 발전용량만큼 전력을 송출하지 못하고 있다. 또 22개의 핵발전소 가운데 9개는 정상화되기까지 수일이 걸릴 것이라고 업계관계자가 밝혔다. 정전지역의 공항들도 대부분 정상화됐지만 그동안 취소됐던 항공편의 승객 처리등으로 인해 연발착과 항공 스케줄의 차질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는 오하이오주에서 시작=정전사고 경위를 조사해온 북미전기신뢰성위원회(NERC)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남쪽의 3개 압선에서 정전사태가 시작됐을 것으로보인다고 밝혔다. 마이클 겐트 NERC 위원장은 컨퍼런스 콜 방식의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는 정전사태가 오하이오주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정전 확산 차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정전사태는 확산되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NERC가 관련자료를 검토해 내린 잠정 분석은 14일 오후 3시6분께 클리블랜드 남쪽 고압선에서 이상이 발생해 26분뒤 근처 송전선에 과열을 일으켜 이상을 초래했고이어 4시11분에는 뉴욕, 디트로이트, 토론토 등으로 정전사태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겐트 위원장은 1만쪽이 넘는 관련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해 확산 차단 시스템이제기능을 하지 못한 이유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77년 정전사태를 계기로 전력공급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성한 NERC 이외에 당국의 조사도 곧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장 크레티앵 캐나다 총리의 합의에 따라 정전사태의 원인규명을 위한 양국 공동 태스크 포스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가고 양국 규제당국도 자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스펜서 에이브러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뉴욕, 뉴저지 주지사와 뉴욕주 올바니에서 회동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의 조사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장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 발전소의 건설을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하고 추가적인 정전에 대비해 주민들이 전기를 아낄 것을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