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북부와 중서부, 캐나다 동남부 지역을덮친 대규모 정전사태 피해가 이틀째인 15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지역에는 이날도 전기가 복구되지 않아 이틀밤을 혹서 속에서 전기 없이지내야 할 형편이고 일부 항공기와 대중교통도 정상 운항 또는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일부 제조업체들의 조업이 중단되고 정전 사태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지만 사고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복구 현황= 이날 오후 3시10분(한국시간 16일 오전 4시10분) 현재 뉴욕시의경우 50%의 전력이 복구됐다고 뉴욕시 대변인이 밝혔다. 금융 업체들이 밀집한 뉴욕 맨해튼의 월가에서는 오전 8시 이전에 전력복구가완료돼 증권시장은 정상 개장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완전복구는 이날 오후 늦게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뉴저지와 코네티컷주 등은 15일 중 대부분의 가정에 전기가 정상 공급됐으나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서는 복귀가 늦어져 17일까지도 정전사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CNN이 전했다. 캐나다에서도 상당지역이 15일 오후까지 전기가 복구되지 못했다. ▲피해상황= 정전 지역에서는 밤 사이 화재가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촛불에 의한 것이었다. 블룸버그 시장은 밤사이 화재신고가 3천건이나 들어왔고 911 응급전화를 통한구조요청도 평소의 두배인 8만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전과 관련된 사고로 한명이 사망하고 소방관 한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CNN은 이밖에도 캐나다에서 두명이 사망해 이번 정전사태로 인한 희생자는 최소한 3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뉴욕시 경찰은 밤사이 4건의 강도사건이 발생했으나 범인들은 모두 검거했고 심각한 약탈이나 폭력사태는 없었으며 오히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 탔던 사람들이일시적으로 고립된 것이 더욱 큰 문제였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오타와와 토론토에서는 약탈이나 폭력 혐의로 수십명이 체포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전사태로 미국 8개주와 캐나다 2개주 등의 주민 4천900만명이 피해를 겪었고 손실된 전력은 6만1천메가와트(㎽)로 3천만명이 영향을 받은 1965년 대지진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피해를 냈다고 분석했다. 기업체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뉴욕증시가 정상 개장됐지만 J.P. 모건 체이스의증권거래인들 가운데 40%만이 객장에 정상 출근하는 등 증권업체들의 영업은 큰 차질을 빚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체들은 정전피해지역의 55개공장을 일시 폐쇄했으나 정확한 피해상황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전했다. 뉴욕 지하철과 통근 열차 가운데 다수 노선이 정상운행하지 못했고 주요 지역의항공기 연발착이나 결항사태가 계속돼 항공사들은 수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항공업계 관계자가 밝혔다. 캐나다 항공사 에어 캐나다는 비상전력 공급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한때 운항을전면 중단했다 15일 오후부터 부분 재개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는 식수 공급마저 차단돼 주 방위군이 식수차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해야 했다. ▲사고 원인 공방= 정전사고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인 이리호(湖) 부근에서시작돼 미국과 캐나다 일대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고원인은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관리들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도 계속됐다. 1965년 대규모 정전사태를 계기로 설립된 `북미 전기 신뢰성위원회'의 마이클겐트 위원장은 CNN 인터뷰에서 "사고원인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드러난상황을 종합하면 이리호 부근의 송전망에서 문제가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약 9초간 원인불명의 과부하가 발생해 연쇄적인 정전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하원 에너지 위원회는 의회가 여름 휴회기간을 끝내고 개회하는대로 정전사태 원인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빌리 토진 하원 에너지 위원장은 이번 정전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부문의 포괄적개혁을 위한 입법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문제는 노후화한 전력망"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는 하나의 경종"이라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