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것과 달리 일본은 10년만에 찾아온 `추운 여름'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아열대 기후에 비견된다는 일본의 7월은 올해 섭씨 30도가 넘는 날이 불과 3일에 그칠 정도로 `냉방 여름'이었다. 이는 지난 1993년 이래여름같지 않은 여름이 처음으로 찾아온 것이다. 급기야 14일 일본 전국의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교해 5-9도나 떨어져, 10월 수준의 서늘함을 보였다. 벌써 그쳤어야할 장맛비도 철을 잊은 채 계속 뿌려대고 있는중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이 이런 `냉하(冷夏) 현상'으로 인해 웃는 쪽이 있는가 하면, 울상을 짓는 쪽이 있는 법. 가장 득을 본 쪽은 뭐니뭐니 해도 도쿄전력측이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잇단 원전 점검불량 은폐기도 등이 적발돼 원전의 문을 모두 닫게 될 처지였고, 일본 정부는 여름철 정전사태 등 `전력대란'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추운 여름'이 계속되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일본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전력위기를 자연의 힘에 의지해 손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냉가슴을 앓는 쪽은 여름철 가전제품 등을 취급하는 산업계이다. 다이이치 (第一)생명 경제연구소가 추정한 덥지않은 여름으로 인한 경제피해액은 1조엔(약 10조원)에 달했다. 에어컨, 맥주, 수영복 등 여름철 용품에 대한 개인소비 감소, 일조량 부족에 따른 벼농사 작황피해 등을 종합하면 이같은 엄청난 경제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연구소측은 내다봤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