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핵에너지 사용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프랑스 정부의 발전소 냉각수 온도 규제 완화조치.프랑스 정부는 지난 11일 폭염으로 인한 전력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프랑스전력(EDF)이 운영하는 일부 핵발전소 및 화력발전소에 대해 폐냉각수 온도를 섭씨 1.5-3.0도올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기온 및 강물 온도 상승으로 인해 규정 냉각수 온도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다음달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자 환경론자들은 고온의 폐 냉각수로 강물 온도가 상승하면 수중 산소 부족으로 대규모 민물 생물 폐사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며 핵발전소 폐기를주장하는 단체인 '체르노블레'는 13일 EDF를 제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갈등의 바탕에는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깔려 있다. 유럽은 미래의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는 한편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지난 1990년대에 비해 5% 가량 줄인다는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추구하고 있다. 핵발전은 온실가스를 함유하지 않은 청정 에너지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다는이점이 있지만 사고 위험과 폐기물 처리문제, 거기에 핵발전소를 겨냥한 테러 우려까지 겹쳐 일반대중의 깊은 반감을 사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대체 에너지개발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1970년대에는 핵발전소가 무려 700%나 늘어났지만 1990년대들어서는 증가율이 5%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전국에 산재한 58개의 핵발전소가 가정용 전기의 4분의3이상을 공급하고 있어 미국의 20%, 독일의 29%에 비해 핵전력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는 유럽에서 가장 싼 편이며 잉여 전력은 인근 국가들로 수출되기까지 한다. 여러가지 논란 속에서도 일부 OECD 국가들에서는 핵발전이 경쟁력있는 전력공급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핵에너지도 무한한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있다. 프랑스의 과학자 위베르 리브는 최근 르 몽드 기고를 통해 자원이 한정된 천연 우라늄을 원료로 하는 핵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것이며 부정적인 요인들을 고려한다면 재생가능한 다른 에너지들이 훨씬 긍정적인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도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끝에 이미 10여년 전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했으며 독일 정부는 마지막 남은 원자로마저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스페인은 새 원전 건설을 일시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며 벨기에는 지난 해 원전을 완전히 폐기하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다. 영국 정부는 최근 앞으로 50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재생가능 에너지를 중심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프랑스 국민 역시 핵에너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 지난 1998년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핵에너지를 가장 큰 에너지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7%에 그친 반면60%가 대체 에너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바람과 태양 등 대체가능 에너지가 유럽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태양에너지는 북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는 본격사용이불가능하며 풍력발전은 연중 4개월 정도만 가능하다. 수력발전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진지하게 핵에너지의 장래를 연구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핀란드 뿐이다. 유럽연합(EU)은 핵에너지 대(對) 재생가능 에너지 지지국으로갈려 교토 기후협약 회담 중에도 핵에너지가 `깨끗한' 대체 에너지인지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유럽집행위는 현재 오는 201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2%로 늘릴 것을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핵에너지 사용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교토 협약을 준수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안전 전문가 피터 윌머는 프랑스가 단시간내에 핵발전량을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이는 핵발전 감축 비용 뿐만이 아니라 깨끗한 대체 에너지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UPI=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