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년 간 라이베리아를 내전으로 몰아넣은 군벌 출신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11일 미국과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퇴진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이날 오후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국내외 고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퇴임식에서 모제스 블라 부통령에게 전권을 위임하고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테일러 대통령은 이날 흰색 사파리 차림에 트레이드 마크인 지팡이를 들고 예정보다 몇 시간 늦게 식장에 나타나 자신의 퇴임을 공식 발표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그러나 "작별 인사로 이 말을 남기겠다. 신의 뜻대로 다시 돌아오겠다(I'll be back)"이라고 말해, 향후 정계 복귀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퇴임식에서 자신은 "희생양" 역할을 받아들였다며 "역사는 내게 호의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의 임무를 다했다. 우리는 과거를 뒤로 해야 한다"면서 라이베리아인들과 국제 사회는 "라이베리아를 돕기 위한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장에 참석한 존 쿠푸오르 가나 대통령은 테일러 대통령의 뒤를 이을 블라 신임 대통령이 총선이 예정된 오는 10월 둘째주 화요일까지 과도 정부를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쿠푸오르 대통령은 "오늘 퇴임식은 라이베리아에 있어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자리"라며 "오늘로 라이베리아의 내전은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아프리카인으로서 우리가 그토록 오랜기간 서로 살육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치욕스런 일"이라며 "이제 정말 이 전쟁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블라 신임 대통령은 라이베리아의 양대 반군인 '화해.민주주의를 위한 라이베리아연합(LURD)'과 '라이베리아 민주운동(MODEL)'에 대해 "라이베리아인들이 평화를알게 되도록 협력하자"며 정부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LURD와 MODEL은 테일러 전 대통령과 같은 군벌 출신인 블라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또 양대 반군은 테일러 대통령이 약속대로 퇴임 직후 나이지리아 망명길에 오르지 않으면 공격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블라 신임 대통령은 또 서아프리카경제협력체(ECOWAS) 회원국들에 대해 약속된 평화유지군 전 병력을 하루 빨리 파견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라이베리아 국민은 퇴임식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테일러 대통령의 퇴진이 공식화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전 보안관리인 헨리 필립스(38)는 "믿을 수 없다. 테일러는 라이베리아인들에게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줬다. 그가 있는 것보다 없는 편이 낫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몬로비아 AP.AF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