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지사 소환투표가가결될 경우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후보로 등록한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양대 시사 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 최신호(8월18일자) 표지를 동시에 장식했다. 한 인물이 두 시사 주간지의 표지에 동시에 오르기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올해의사례로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 등두 명에 불과하다. 두 잡지는 슈워제네거가 주지사 보선전에 뛰어 들면서 민주당은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진단하면서도 그가 대중적 인기를 정치적 지지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영화속 이미지를 넘어서는 진지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쳐 백악관 주인이 된 로널드 레이건전 대통령과 슈워제네거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두 잡지는 거의 공통된 분석을 내놓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우 확고한 정치적 원칙과 지지기반, 오랜 정치경험을 바탕으로 주지사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슈워제네거의 경우 이런 것들을 거의 갖추지못했다는 것이다. 또 슈워제네거 본인 못지 않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케네디 가문 출신의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에 대해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큰 자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케네디 가문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부와 명성을 쌓았기 때문에 미국 제일의 정치 명가인 처가 쪽에 의지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두 잡지는 분석했다. 케네디가의어른격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소속정당이 다른 슈워제네거를 지원하는 일은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케네디 가문의 정치인들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반면 슈워제네거는 공화당을 택했다. 타임과 뉴스위크는 또 슈워제네거가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에게서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부시 대통령은 미국 최대의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에 공을 들였으나 결국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섣불리발을 들여놨다 망신을 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슈워제네거도 캘리포니아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는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 선거전을 지원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선출될 경우 2004년 대선에서 그의 대중적 인기를 선거전에 활용함으로써 민주당이 다른 곳에 집중할 수도 있는 역량을 캘리포니아로 분산하는 효과를거둘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타임과 뉴스위크는 슈워제네거가 그 동안 주지사 선거 출마 가능성을 부인해오다 TV 토크쇼를 통해 전격 출마의사를 밝힌 데 대해 함께 꼬집었다. 타임은 "아카데미 거짓말상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고 뉴스위크는 "최측근들에게조차 출마소식을 숨겨 이들을 경악케 했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주지사의 소환운동과 슈워제네거의 보선 출마선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극우파의 음모라는 시각에 대해 두 잡지는 슈워제네거의 정치성향이 극우와는큰 거리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두 잡지는 또 데이비스 주지사의 지사직 박탈 여부는 투표자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결정되지만 보선을 통한 차기 지사는 단순히 최다 득표자로 뽑게 돼 있는 주지사 소환 및 보선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극단적인 경우 49%의 지지를 받은 현역 주지사가 자리에서 쫓겨나는 반면 100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한 보선에서 한자릿수 지지를 받은 후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