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라는 미국 정부의 압력에 맞서 '미국 국채 매입 중단'이라는 '히든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과 CNN인터넷판은 10일 "중국 정부의 미 국채 매입 중단설이 월가에 나돌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을 낮추거나 철회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는 미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미 국채를 더 이상 사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중 환율분쟁은 경제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스노 장관 9월 방중 때 공식 경고"=CNN과 로이터통신은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GAO)이 지난주 초 중국 등 4개 동아시아국가에 대한 환율 조작 여부 조사 개시를 밝힌 뒤,중국의 미 국채 매입 중단설이 월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7일 월가 투자자문회사인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중국,미 국채 매입 중단 방침'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유료 회원들에게 배포,이 소문을 확산시켰다. 지난 주말에는 중국 정부가 매입 중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의 방중 때 미 국채 매입 중단 및 매각을 경고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미 국채 매입 중단 및 매각은 지난 5월 미 정부가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됐던 사안이다. ◆환율분쟁에서 경제전쟁으로=중국이 실제로 미 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매각하면 미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 국채시장의 큰 손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중앙은행 보유액 기준)는 1천2백17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일본(4천2백86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갖고 있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정부가 보유 중인 미 국채 총액(9천3백50억달러)의 13%다. 지금까지 외국 정부가 미 국채를 대거 매입해주고 있는 덕에 미 정부는 대규모 경상적자(올해 5천억달러 예상)를 메울 수 있었고,미 금융시장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매입하지 않거나 대거 팔아버리면 미 금융시장은 국채 가격은 물론 주가와 달러가치가 일제히 급락하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파장을 겨냥,미 국채 매입 중단 및 매각이란 무기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양국의 환율분쟁이 경제전쟁으로 비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