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의회가 8일 비상총회를 열어 찰스 테일러대통령의 오는 11일 사임을 46대 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사의를 밝히고 나이지리아로 망명하겠다는연설은 하지 않았으나, 약속대로 11일 사임하며 모제스 블라 부통령이 후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블라 부통령도 테일러 대통령이 이날 자신을 불러 축하했다고 확인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그러나 서한에서 "그들은 내가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와국민들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며 지난2001년부터 가해진 유엔의 제재와 무기금수조치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다. 그는 "우리는 라이베리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만 비난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그는 CNN방송에 출연, "사람들이 왜 나에게 이렇게 서둘러 조국을 떠나라고 하나"라며 라이베리아를 떠나라는 국제적인 압력에 분개한다면서도 예정대로11일 사임하고 부통령이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테일러대통령이 라이베리아를 떠나더라도 전범 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법은 절차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고, 파월 장관도 "테일러 대통령이 약속대로 라이베리아를 떠나 나이지리아로 망명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일러 대통령은 국제전범재판소로부터 시에라리온 내전 개입과 관련해 전범으로 기소된 상태다. 테일러 대통령은 자신이 나이지리아로 망명하는 대신 기소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날 서아프리카 평화유지군 중 선발대 500명이 수도 몬로비아 외곽 50km지점의 로버츠필드 공항에 도착, 이중 100여명이 주민 수천여명의 환영을 받으며 몬로비아에 입성했다. 지난 2개월간 내전으로 식량과 식수, 생필품, 의약품 부족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전쟁에 반대한다"라고 외치며 이들을 환영했다. 평화유지군 사령관인 나이지리아의 페스투스 오콘코장군은 당분간은 남부와 동부 해안지역을 순찰하고 반군이 점령했던 북부지역에 대해서는 다음주부터 순찰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몬로비아 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