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일자로 노동당 출신 가운데 최장수 총리가 됐다. 블레어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후인 지난 45년부터 51년까지 6년 92일동안 총리를 지낸 클레먼트 애틀리 전 총리의 재임기록을 이날 깼다. 그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기 앞서 다우닝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훌륭한 직업이며 총리직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레어는 지난 97년 43세의 나이로 지난 1801년 노동당 출신 헨리 애딩튼 총리이래 최연소 총리가 된데 이어 지난 2001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재선됐다. 그러나 노동당 출신 최장수 총리라는 경사도 최근 터져나온 국방부 무기 전문가데이비드 켈리 박사의 자살 사건으로 빛을 바래고 있다. 우파 성향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 블레어 총리는 재임 기간중 최악의 시기를지냈다"면서 " 블레어 총리가 조용히 휴가지로 떠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텔레그래프는 "전후 영국 사회복지제도 근간을 마련하고 중앙은행,철도 등을 국영화한 애틀리 전 총리의 업적이 블레어 총리에게는 크게만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의 부총재를 지낸 로이 해터슬리도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통해 " 업적은 제쳐놓고 재임 기간만 축하하는 것은 집권층 만을 위한 것"이라며 " 블레어가 애틀리 전 총리의 재임 기록은 깼지만 업적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블레어 총리는 영국 정계에 우뚝 선 인물이며 현 야당 지도층을 비롯해 국내외 인사 그 누구도 그의 권위에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피터 하인스 하원의장 같은 이의 평가도 나오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자유시장경제 원칙과 사민주의 가치를 결합한 `제 3의 길'을 주창,사회주의에 뿌리를 둔 집권 노동당을 새로운 조류에 맞춰 변모시켰다. 블레어는 총리 취임 직후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금리 결정권을 허용했으며 그에따라 영국은 48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와 저실업율,낮은 인플레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최근엔 로드 챈슬러 폐지 등 사법제도의 대대적 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론 이라크 전쟁 등을 계기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밀접한 유대 관계를 통해 미국과 영국간 특수 관계를 더욱 공고히했다. 그러나 오는 2006년 중반 선거를 앞둔 블레어 총리의 재선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론조사 결과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만일 그가 총선에 승리해 오는 2009년까지 재임한다면 현재 최장수 총리 기록보유자인 보수당 출신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제치고 영국 정치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대처는 지난 90년 12년간 재직했던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