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글로리아 아로요필리핀 대통령이 연임을 위해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홍콩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홍콩 신문과 방송들은 이날 여당연합인 라카스-기독교민주국민동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아로요 대통령이 28일 국정연설에서 직접 표현은 안했지만 연임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아로요 대통령은 빈곤타파와 국내의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그녀의 연설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연임의지를 알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아로요 대통령의 측근과 비서진도 현지 언론인들과 만나 아로요 대통령이 내년5월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현재 준비활동을 하고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전문가들도 "소장파 엘리트 장교들이 27일 군사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로요 대통령이 거듭된 약속을 어기고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소장파 장교들은 아로요 대통령이 내년 5월 퇴임할 것으로 믿었다면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아로요 정부가 과도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로요 대통령은 28일 국정연설에서 사전 배포한 원고와는 달리 에르모게네스 에브다네 경찰청장 등에 대해 대대적인 문책인사를 단행하는 내용의 경찰조직 개편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필리핀 대통령궁이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 따르면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 14일 발생한 테러 용의자 파투르 로만 알-고지의 탈옥 사건과 관련, 11만4천명 규모의 경찰에 대해 문책인사 단행을 예고할 계획이었다. 아로요 대통령은 그러나 쿠데타 과정에서 경찰이 자신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보낸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한편 경찰이 사소한 부정부패에서 테러범 탈주에 이르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포괄적 개혁을 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좌익계로 보이는 필리핀 시민 5천여명은 28일 아로요 대통령이 국정연설을하고 있는 동안 국회 정문 앞 도로에 모여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붉은 깃발 등을 앞세우고 가두행진을 하며 "아로요는 즉각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12m 높이의 아로요 대통령 모조인형을 불태우기도 했다. 또 홍콩에 거주하는 필리핀 주민 20여명도 이날 홍콩 주재 필리핀 총영사관 앞에서 "아로요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년 동안 생활이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