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부는 여권 표지에 처음으로 '대만'이라고 명기한 새 여권을 오는 9월1일부터 국제적으로 사용한다고 28일 발표했다. 대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이같은 조치는 대만 독립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분노와 우려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젠여우신(簡又新)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 정부들에 새 여권을 발행한다는 사실을 통보했으며, 8월1일부터 새 여권 발급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양성쭝(楊勝宗) 외교부 영사국장은 여권 발급 계획을 통보받은 "외국 정부들의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대만' 대신 '중화민국'이라고 명기된 구 여권은 유효 기한이 끝날때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영국, 싱가포르도 신.구 여권이병존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제스(蔣介石)와 아들 징징궈(蔣經國)가 장악했던 과거의 대만 정부들은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만'이라는 단어를 여권에 넣기를 꺼렸으나 천수이볜(陳水扁) 정부가 2000년 총통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집권하면서 대만을 적극부각시키는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젠 부장은 논란이 많은 새 여권의 발행 동기에 대해 "현재의 여권에는 (대만이라는 표기가 없이 대만의 공식 국명인 '중화민국'으로만 표기돼) 해외 여행시 (중국대륙 정권의 공식 명칭인) '중화인민공화국'과 자주 혼동된다"며 혼동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새 여권 표지에는 중국 대륙과의 연계의 상징인 '중화민국'이라는 표기는 변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중국 정부는 물론 대륙과의 통일을 지지하는 대만인들도 받아들이지 않고있으며, 여권 표기 변경이 친 독립적인 천수이볜 대만 총통 정부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젠 외교부장은 "나는 새 여권 발행 조치가 독립 및 통일과 관련한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새 여권 디자인은 순전히 기능적인 고려들에 근거한 것"이라고 지난 달 주장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민 기자 s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