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소장파 군인들이 27일 새벽 마닐라 시내 복합 쇼핑센터를 점거,필리핀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다. 마닐라 최대 쇼핑 장소인 아얄라 쇼핑센터 및 아파트 등이 입주해 있는 '글로리에타 콤플렉스'에 진입한 1백여명은 자신들을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 저항했던 필리핀 혁명가의 이름과 비슷한 '마그달로 그룹'으로 부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쇼핑센터를 장악중이던 군인중 50여명이 항복,사태가 조기 수습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현지언론들은 전망했다. 소장파 군인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로요정부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이슬람 반군에 무기와 탄약을 밀매하고 있으며,대통령이 권력 유지를 위해 계엄령 선포를 준비중"이라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소장파 군인들은 필리핀 육사를 졸업한 엘리트 군인들로 최고 계급은 대위,최연장자는 32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오후 무장반군에 대해 진압명령을 내렸다. 군 대변인인 대니얼 루체로 중령도 성명을 통해 "소장파 군인은 정부군에 의해 포위됐다"며 항복을 요구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필리핀 정부에 대한 지지를 밝히고 쿠데타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의 한 고위 소식통은 이번 사태와 관련,2001년 군부 주도의 민중봉기로 쫓겨난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쇼핑몰에 인접한 아파트 '오크우드 타워'에 억류됐던 루스 피어스 필리핀 주재 호주대사 등을 포함한 3백여명은 이날 오후 석방됐다. 오크우드타워에는 호주 외에 미국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의 외교관과 기업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