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쿠데타 기도 세력으로 지목하고검거에 나선 일부 소장파 군인들이 27일 새벽 무장을 한 채 마닐라 시내 금융중심지의 복합 쇼핑센터를 점거한 채 저항에 나섰다. 이들은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쿠데타 기도세력에 대한 검거령을 발동한지 수시간만인 이날 새벽 3시께(한국시간 새벽4시) 마가티 금융지역에 소재한마닐라 최대의 쇼핑몰 중 하나인 아얄라 쇼핑센터 및 아파트 등이 입주해 있는 `글로리에타 콤플렉스'에 전격 진입했다. 쿠데타 기도 세력은 건물 진입 후 출입문 등 주변 곳곳에 부비트랩과 폭발물을설치하고 군.경과 대치를 벌이고 있다. 건물에 진입한 군인은 100명에 이르며, 붉은 완장을 두른 전투복 차림에 과거스페인 식민지 시절 저항군이 사용하던 깃발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글로리에타 컴플렉스를 점거한 이들 소장파 군인들은 자신들을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 저항했던 필리핀 혁명가의 이름과 비슷한 `마그달로 그룹'으로 불렀다. 이들은 이날 새벽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아로요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아로요 정부가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 등 이슬람 반군에게 무기와 탄약을 밀매하고 있으며, 반군에 의한 폭탄테러 등을 빌미로 아로요 대통령이 권력유지를 위해 내달 계엄령 선포를 준비 중에 있다고 비난했다. 또 자신들의 행위는 쿠데타를 하거나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필리핀 정부에 의해 지목된 쿠데타 기도세력 중 한명인 앤터니오 트릴레인즈 해군 대위는 쇼핑센터 밖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악한이 아니다"면서 "권력을 잡기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 주변에 설치한 폭발물과 관련, "우리들을 방어하기 위해 폭발물을설치했다"면서 "정부군이 진압을 시도할 경우 폭발물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경고했다. 그는 필리핀 내에서 자신들에게 동조하는 군인들이 2천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 군대변인인 대니얼 루체로 중령은 성명을 통해 "이같은 방법은 적절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들의 항복을 요구했다. 로일로 골레즈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이들은 정부군에 의해 포위돼 있으며, 지난 89년 쿠데타 기도 상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 2001년 군부주도의 민중봉기로 쫓겨난 조셉 에스트라다전 대통령이 배후에 있일 수 있다고 필리핀 군 한 고위소식통이 말했다. 로돌포 가르시아 중장은 "우리는 아직 그같은 것을 믿고 싶지 않지만, 쿠데타기도세력이 에스트라다 그룹과 연계돼 있음을 증명하는 정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그레고리오 호나산 상원의원이 소장파 군인들의 쿠데타 기도와 연관돼 있다면서 필리핀 정부가 현재 이에 대응하는 법률적 준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쿠데타 기도세력이 점거한 마가티 지역내 글로리에타 콤플렉스에 입주한아파트에는 루스 피어스 필리핀 주재 호주대사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그러나 AFP 통신에 "아직 인질극은 없다"면서 "인질로 잡고 있지는않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 정부는 이와 관련, 필리핀 정부가 요청할 경우 호주 군 파견도 검토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직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조용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26일 긴급 각료회의를 마친 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일부 젊은 군인들의 쿠데타 음모가 드러났다며 이 사건을 주동한 장교 10명을 포함한 70여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필리핀 정부가 반정부 쿠데타를 꾸몄다고 지목한 젊은 장교들은 모두 필리핀 육사를 졸업한 엘리트 군인들로, 이들 중 최고 계급은 대위, 최연장자는 32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닐라 AP AFP dpa=연합뉴스)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