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고래 같은 사회적 동물이 보통 동물과는 달리 생식기능 중단 이후에도 장기간 수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자손을 번식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손을 돌보며 기르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학설이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같은 노화에 관한 새로운 진화론을 제시했다. 고전적인 노화 진화론은 생물은 오로지 자손 번식이 수명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생물은 생식 가능한 시간적 한계가 지나 더 이상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없게 되면 수명을 연장시키는 특정 생물학적 인자가 작동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학설은 사람과 다른 사회적 동물은 생식기능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되더라도 자손을 보살피고 먹여 살리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수명이 연장된다고 주장하고 이를 '이전효과'(tranfer effect)라고 불렀다. 인간과 고래 같은 사회적 동물은 따라서 생식기능이 중단된 후에도 오랜 기간 수명을 유지하지만 이에 반해 자손을 낳기만 하고 그 이후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 동물은 수명이 오로지 생식기능 유지 여부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채집-수렵사회의 인간 수명을 봐도 이 새로운 학설이 고전적인 학설에 비해 훨씬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