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이 지난 18일 변사체로 발견된 영국의 무기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가 이라크 정보문건 관련 보도에 인용된 소식통이라고 확인함으로써 영국 정부와 BBC의 `진실게임' 파장이 새롭게 확산되고 있다. 켈리 박사를 인터뷰했던 BBC의 앤드루 길리건 국방 담당기자는 20일 성명을 통해 "나는 데이비드 켈리 박사를 잘못 인용하거나 (그의 말을) 잘못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길리건 기자는 "켈리 박사가 나와의 인터뷰와 BBC의 뉴스나이트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모두 (이라크 관련) 정보 문건에 대한 총리실의 해석과 `45분 부분'의 신빙성이 없다는 점에 대해 아주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45분 부분'은 이라크가 명령 후 45분 만에 대량살상무기 일부를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BBC는 켈리 박사가 그동안 논란이 돼온 이라크 정보문건 각색 보도에서 인용된 익명의 소식통이라고 이날 공식 확인했다. 영국 국방부는 그동안 생물무기 전문가인 켈리 박사를 길리건 기자가 보도한 기사의 정보 제공자라고 지목하고 확인을 요청했으나 BBC는 이를 거부해왔다. BBC 방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수주 동안 켈리 박사를 보호하기 위해 소식통으로 확인되지 않도록 애써 왔으나 그의 죽음 이후 계속되는 추측을 끝내기 위해가능한 한 빨리 사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며 이를 확인했다. BBC는 그러나 "우리는 켈리 박사와 인터뷰에서 얻은 정보를 정확히 해석해 보도했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BBC의 이같은 인용 소식통 확인으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뿐만 아니라 BBC도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블레어 정부에서 북아일랜드 장관을 지낸 피터 멘델슨 의원은 20일 영국 일간가디언 일요판 옵서버에 기고한 글을 통해 BBC가 블레어 총리의 측근인 앨러스테어캠벨 공보수석을 공격하는 데만 "집착"했다고 맹비난했다. 멘델슨 의원은 "캠벨 공보수석은 천사가 아니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 BBC도 해결 가능한 논쟁을 방송사의 명예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논쟁으로 전환하기 보다 정보가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소속으로 의회 문화언론스포츠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럴드 카우프만 의원은 BBC가 유감스러운 행동을 했다면서 이 방송을 통신과 방송 관련 통합규제기관인오프콤(OFCOM)의 통제하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를 순방중인 블레어 총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발표한성명에서 "BBC 방송의 발표에 기쁘다"며 환영 의사를 표하는 한편 "사법조사에서 내가 말해야 할 것이 있을 것"이라며 사법조사에 출석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앞서 영국 스카이 뉴스 텔레비전과 가진 회견에서 켈리 의문사로촉발된 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집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다"며 야당 등의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한편 켈리 박사 사건에 대한 조사작업은 수주가 걸릴 것이며 가능한 빨리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런던 AFP=연합뉴스)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