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라크 합법정부의 요청이 없는한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이 19일 밝혔다. 사우디 언론들은 사우드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 여부를묻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고 확인한 것으로 전했다. 사우드 장관은 "(사우디)왕국은 이라크 합법 정부가 요청하지 않는 한 이라크에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 지원으로 출범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와 관련, "자매 국가의 민정체제와 정상적인 생활 회복을 향한 긍정적 조치"라며 환영했다. 사우드 장관은 특히 이라크의 안정회복을 위해 유엔이 안보리 결의 1483호에 입각해 이라크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우디가 아랍 인근 국가들과 사담 정권 붕괴 후 이라크와 중동의 장래를 논의할 회의 개최를 위해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드 장관은 이와함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표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없다고 밝히고 "외교 공관은 이라크에 합법 정부가 출범한 뒤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드 장관의 이날 발언은 아랍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파병 요청설과 관련한사우디 정부 고위 관리의 첫 공식 반응이다. 레바논의 알-키파 알-아라비 신문은 지난 14일 미국이 이집트와 사우디, 요르단에 대해 이라크 파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6월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미군 병사의 희생을 줄이고 이라크의 치안을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이들 아랍 국가에 파병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역내 언론들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는 사우디가 미국과의 부정적 관계를 피하기 위해 걸프협력협의회(GCC) 산하 `반도방패군'을 소집해 이라크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아랍권 맹주인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피해 사실상 거부했고, 요르단은 다른 아랍국가들과 공동 보조를 맞춘다는 미온적 입장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