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이탈리아 간 분쟁의 도화선이 됐던 독일의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원이 이탈리아 정부를 `인종차별주의적 정부'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서 진정국면에 들어선 양국 간의 갈등이 재연할 조짐이다. 슐츠 의원은 15일 독일 XXP TV 방송과 한 회견에서 움베르토 보시 이탈리아 이민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탈리아에 인종차별주의적 정부가 들어서 있음이 매우 분명하다"면서 유럽연합(EU) 순번의장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EU 헌장의 기본권 수호를 원한다면 보시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 정당인 북부동맹 소속의 보시 장관은 지난 달 이탈리아 신문과 한 회견에서 "해안경비대가 불법이민 선박들에 두 세 차례 경고한 뒤 대포를 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자 언론이 자기 말을 오해했다며 발언을 철회했다. 슐츠 의원은,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자매관계인 XXP TV와 한 회견에서 이탈리아집권 여당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면책특권을 인정해 그의 부패혐의 재판을불가능하게 하는 법률을 날치기 제정한 일을 집중 비판했다. 슐츠 의원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치 권력과 미디어 권력을 장악한 채 매우미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를 유럽 민주주의에 유례가 없는 마피아의 행동과 같은 일로 비유했다. 슐츠 의원은 지난 2일 유럽의회에서도 이런 점을 비판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로부터 "당신은 영화 속 나치 하수인에 가장 어울릴 것"이라고 반격당했다. 이와 관련해 슐츠 의원은 "당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홧김에 우발적으로 말을내뱉은 것이 아니라 유럽의회 의원들의 비판으로 궁지에 몰리자 쟁점을 바꾸기 위해의도적으로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슐츠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즉각 "이탈리아 정부에 인종주의자는 없다"면서 슐츠 의원은 양국 간 화해를 가로막는 발언이나 하는 극단적인 트러블 메이커"라고 반박했다. 독일 자유민주당의 귀도 베스테벨레 당수는 "슐츠 의원의 발언은 사려깊지 못한것이며, 이를 취소하지 않으면 유럽의회 의원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슐츠 의원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렇지 않지만, 보시 장관과 같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내각에 있는 것은 문제라는 뜻에서 한 말"이라며 물러섰다. 슐츠 의원은 "지난 9년 간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이탈리아 정치가들에게 매혹됐으며, 특히 조직범죄와 싸우는 모습 등은 유럽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총리 면책특권법이 제정되는 등의 요즘 상황에 매우 화가 난다"면서 "나는 이탈리아인이 아닌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