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쿠르드애국동맹(PUK) 지도자 잘랄 탈라바니가 신정부 총리직 진출을 노리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이집트 유력 일간지 알-아흐람이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소식통들을 인용해 탈라바니가 주요 아랍국가들은물론 유럽국가들과 러시아, 터키 등에 자신의 총리 진출에 반대하지 말도록 요청하는 메시지를 발송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PUK와 라이벌 쿠르드 단체인 쿠르드민주당(KDP) 지도자 마수드 바르자니가 탈라바니의 총리 취임에 반대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바르자니는 탈라바니를 이라크 새 정부 총리에 임명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워싱턴측에 전달하기 시작했다고 이들 소식통은 덧붙였다. 사담 후세인 전 정권 축출을 위해 미.영 연합군에 협력했던 바르자니는 최근들어 이라크 북부의 미군 주둔에 반대하기 시작하면서 미국과의 공조에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르드 사회는 13일 공식 출범한 과도통치위에 이슬람 수니파와 동등한 5석을확보해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전설적인 쿠르드 게릴라 지도자 무스타파 바르자니의 아들인 마수드 바르자니는이라크 북서부의 도후크와 에르빌 등 2개주를 통치하며 사실상 자치를 누리고 있다. 반면 그의 경쟁자인 탈라바니는 1975년 KDP에서 탈퇴, 이란과 가까운 술라이마니아 지방에 거점을 두고 12년간 자치를 유지해왔다. 양대 쿠르드 단체는 1993년 바르자니가 터키행(行) 원유 밀수출 통로를 장악하려 하자 전투에 돌입했으며 1996년 미국의 중재로 휴전을 선언했다. 이들은 휴전 후에도 진정한 화해를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세인 정권 전복 의지를 드러내면서 쿠르드족 자치를 위협하자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왔다. 탈라바니와 바르자니는 지난해 가을 쿠르드 내전 이후 처음으로 쿠르드 의회를소집했으며 새로 출범한 과도통치위에도 나란히 참여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