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젠화(董建華) 홍콩 특구 행정장관은 5일 논란을 빚고 있는 '홍콩 기본법 23조(국가안전법)' 입법을 당초 예정대로 오는 9일 강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둥젠화 장관은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홍콩 정부총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9일로 예정된 국가안전법 입법을 강행하겠다"면서 "그러나 법안 내용은 일부 수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둥 장관은 "일부 불법조직 불허 조항과 경찰의 무영장 가택수색 허용 조항을 삭제하고 국가기밀을 공표하는 언론인들을 보호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제3조를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본법 23조 입법은 홍콩 시민들이 준수해야 하는 헌법상의 의무사항"이라면서 "이제 논란을 빚고 있는 조항이 삭제되는 만큼 오는 9일 국가안전법 입법이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친정부 정당인 자유당의 톈페이춘(田北俊) 주석은 4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정부는 국가안전법 입법을 12월17일로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회의 위원으로 국가안전법 입법 찬성파인 톈 주석은 3일 오후 베이징으로 가 랴오후이(廖暉)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 등과 만나 국가안전법입법 문제 등을 논의하고 왔다. 톈 주석은 "중국 지도부는 국가안전법만 통과되면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국가안전법 입법 시기나 입법 내용의 구체적인 개정 방향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톈 주석은 "기본법 23조 입법은 의무사항이지만 입법의 방법과 시기는 홍콩의 자치권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본인은 둥젠화 장관에게도 국가안전법 입법을 12월17일로 연기하자고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8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자유당이 입법 연기로 입장을 전환함에 따라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무소속 의원들도 가세할 것으로 보여 9일로 예정된 국가안전법입법 가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한편 홍콩 정치인들이 중대 결정을 앞두고 베이징으로 가 중국의 입장을 지시받고 오는 것은 홍콩의 통치 원칙인 일국 양제(一國兩制)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정치 전문가들과 입법원 의원들이 비판했다. 야당인 민주당의 응섬(楊森) 주석은 "홍콩은 기본법 23조 입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둥젠화 장관은 중국에 누군가를 보낼 것이 아니라 입법원에서 본인의의견을 떳떳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조니 라우 씨도 "중국 중앙정부와 채널을 가진 정치인들로 인해 일국양제의 원칙이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중앙정부는 앞으로 문제가 있을 때 마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개탄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