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조건부 하야 입장을 표명하고 나이지리아가 그의 망명 수용을 검토중인 가운데 서(西)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는 4일 내전으로 피폐해진 라이베리아에 평화유지군 3천명을 파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아프리카 15개국으로 구성된 ECOWAS의 국방 관계자들은 이날 가나 수도 아크라에 모여 라이베리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병력 3천명을 파견할 것이라면서 미국에평화 유지군에 앞장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모하메드 이븐 참바스 ECOWAS 사무총장은 "ECOWAS 회원국은 지난 6월17일 (라이베리아) 내전의 3개 주체에 의해 서명된 휴전 협정을 공고히 할 중재 병력 3천명을파견할 것을 서약한다"면서 "미국이 라이베리아 평화 유지군을 이끌고 기타 지원을제공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순번 의장국인 가나의 군 책임자 세스 오벵도 병력 배치에 드는 6개월간 비용이1억400만달러에 달한다면서 미국이 추가 병력 및 자금, 병참 등을 지원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로코에게서도 병력 지원을 기대하고있다고 말했다. 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라이베리아가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 출신에 의해 설립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이 지역 내전 종식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상당수 아프리카 외교관들은 그러나 라이베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주(駐)이티오피아 보츠와나 대사인 무스타크 아흐메드 무자드는 이날 아프리카연합(AU) 회의에 참석해 라이베리아는 독립국이며 이같은 결정을 내릴 권한은 유엔만이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앤드류 므테트와 짐바브웨 대사도 신화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 아프리카인들은외부 세계,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어떤 군사 개입도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AU의 원칙은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가 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미군 주도의 국제평화유지군이 라이베리아에 도착한 이후 퇴진할것이라는 찰스 테일러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는한편 '조건부 퇴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일러가 그의 희망적인 발언을 행동으로 뒷받침하길 바란다"면서 "만약 그의 제안이 진짜라면 (퇴진의)적확한 시기가 적절한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또 미 국방부가 라이베리아 안정을 위한 최선의 접근 방법을찾고, 미군 파병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조사단을 라이베리아에 파견했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지리아 정부는 자국이 테일러 대통령에게 이미 망명처를 제공했다는보도를 부인하며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레미 오요 대통령 대변인은 오바산조 대통령이 이날 테일러와 전화 통화를 해테일러 사임시 임시 망명처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아직 어떤 결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라이베리아 최대 반군조직인 라이베리아 화합.민주연합(LURD)은 이날 자신들이기니 접경의 한 마을에서 정부군에 공격당했다고 주장해 항구적 정전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몬로비아.아크라 AP.AFP.신화=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