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왕정 소국(小國) 쿠웨이트가 1963년역내 최초로 민선 의회(움마위원회)를 출범시킨 이래 10번째 총선을 5일 실시한다. 50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는 5일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전국 25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쿠웨이트 전체 인구 230만명 가운데 순수 쿠웨이트인은 88만5천명이며, 이중에서 남성 유권자 13만6천명이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의회는 남성으로만 구성되며 여성은 의회 선거 출마와 투표가 허용되지 않는다. 1962년 제정된 헌법은 남녀 동등한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21세 이상의 남성과 귀화해서 쿠웨이트 국적을 취득한지 20년이 넘는 남성에게만 투표권이 허용되고 있다. 쿠웨이트기자협회는 선거 당일 여성 유권자들을 상대로 모의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며 여성 유권자들은 정식 선거와 똑같이 25개 선거구에서 후보들을 고르게 된다. 이번 선거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 붕괴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정착 분위기, 중동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민주개혁 압력 등 급변하는 역내 환경 속에서 실시된다. 특히 여성의 참정권 요구와 이슬람계 및 진보주의 단체들의 정치개혁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는 쿠웨이트 정치제도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쿠웨이트에서 정당은 금지돼 있으나 이슬람헌정운동(ICM)과 살라피운동, 국민민주운동(NDM), 쿠웨이트민주포럼(KDF) , 시아민족이슬람동맹(NIA) 등 6개 이슬람운동단체들과 진보그룹들이 사실상 정당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들 단체가 대부분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의회에서는 이슬람 수니파가 21석을 보유하고 있고 시아파가 4석, 진보계가 7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의석은 부족 대표와 친정부 및 무소속 인사들에게배분돼 있다. 최근 쿠웨이트 일간지 알-카바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대다수가 정치개혁을 위해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등록을 마친 유권자의 63%가투표에 참가하겠다고 밝혔으며 21%가 불참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쿠웨이트 내각은 총선 다음 날인 6일 일괄 사퇴할 예정이며 그로부터 2주 안에 새정부가 구성된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