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이웃 장쑤(江蘇)성에서 중소 완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의범 사장.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중국 세무정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증치세(增値稅)가 문제였다. 중국은 수출장려정책의 하나로 증치세 환급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수출 기업이 국내(중국)산 원자재를 구입할 경우 구입시 지불했던 증치세(17%)를 되돌려주는 제도다. 대부분 중소규모 외국 투자기업들은 지방정부의 증치세 환급 약속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증치세 환급을 미루고 있다. 김 사장의 경우 작년 환급액 6백만위안(약 9억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는 회사 전체 수출액의 약 15%에 해당하는 금액.김 사장은 "꼭 수출마진에 해당하는 몫"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올 들어 세무당국은 시스템 보완을 이유로 증치세 환급 신고조차 받지 않고 있다"며 "환급액을 아예 떼이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차별이다. 중국 업체들이 제품 수출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수출입공사(進出口公司)의 경우 증치세를 제때에 환급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한 경쟁이 될 리 없다. 그렇다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는 실정이다. 지방세무 당국은 "중앙에서 대책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사안이기에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 사격을 요청할 수도 없다. 김 사장뿐만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지역의 중소 투자회사가 지금 '증치세 함정'에 빠져있다. 미국 일본 등 나른 나라 투자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밀려있는 증치세 환급액은 중국 전역에 약 2천5백억위안(1위안=약 1백50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재정지출액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외자기업은 중국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수출 전위부대다. 그들이 있었기에 수출대국 중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중국은 "증치세에 이런 함정이 있는 줄 알았으면 중국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김 사장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때가 됐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