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Atal Behari Vajpaye) 인도 총리는 인도가 강대국이 되는 날을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중국 방문 당시 베이징 및 상하이의 신공항과 비즈니스센터들을 델리와 뭄바이의 누추한 구식시설과 우울한 마음으로 비교했을 것이다. 25년전만 해도 인도와 중국은 똑같이 더럽고 못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인이 인도보다 두배는 더 잘 살고 있다. 인도의 문맹률은 중국보다 세 배,영아사망률은 두 배나 높다. 중국 관료들에게 두 나라의 수준 차이가 벌어진 이유를 물으면 십중팔구 인도의 민주주의를 탓할 것이다. 민주주의 하에서는 입법 절차가 복잡한데다 여기 저기에 양보할 일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개혁을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면 국영기업들을 갑작스럽게 경쟁 상황으로 내몬 1978년의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옹호론자 입장에서 이같은 논리는 반박할 틈이 많다. 민주주의 말고도 인도에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치와 관료사회에는 부패가 고질적이고 사법부가 독립이 안돼 법 집행이 자유롭지 못하다. 카스트 제도 때문에 수억명의 인도인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행동에도 제한을 받는다. 또 최근까지만 해도 인도에는 사실상 민주주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와할랄 네루가 설립한 국민회의 당이 집권하는 동안 정부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자유기업 활동에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주의 만큼이나 국가 경제에 해를 끼쳤다. 중국이 인도에 비해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인도는 돈이 되는 소프트웨어나 정보기반서비스 산업에서는 중국을 저만큼 앞질러 가고 있다.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필수적인 이런 산업에서는 중국처럼 통제 정부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약점이 된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태생적으로 유연하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언제라도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인도가 중국에 뒤처진 이유가 민주주의 탓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일까? 인도가 중국보다 개방을 늦게 시작한 게 첫번째 이유다. 중국은 78년 개방을 처음 시작했지만 인도는 개혁 성향의 재무 장관 만모한 싱(Manmohan Singh)이 해결사로 나선 1991년까지 소액 투자라도 중앙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했다. 인도가 중국에 뒤지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집권하고 있는 바라티야 자나타당이 경제 개혁보다는 종교적 열광에 영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당을 이끄는 바지파이 총리는 80세를 바라보고,개혁을 주도해야 할 재무 장관은 65세여서 젊은 추진력도 부족하다. 또 지지 기반이 인도 북부에 제한돼 있어 20개가 넘는 당과의 거대 연정으로 간신히 권력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카슈미르를 놓고 대치 중인 파키스탄과의 전쟁,그것도 핵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도 인도의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바지파이 총리가 인도를 중국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진짜 관심이 있다면,카슈미르 문제에 대해 용단을 내리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이웃나라들로부터 유혈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참된 노력을 이끌어내면 승리는 10억 인도인의 것이 될 것이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용에 뒤처지는 호랑이'라는 커버스토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