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찾는 어학연수생이 급증하는 가운데 런던 소재 대형 어학원이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최대 3백여명으로 추정되는 한국 학생들이 등록금을 떼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1일 주영 한국대사관과 유학생들에 따르면 런던 일원에서 5개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어학원 `에번다인 컬리지'(Evendine College)가 지난달 20일 폐쇄되면서이곳에 등록한 2천여명(추정치)의 외국인 학생들이 등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떼이는 손해를 입었다. 한국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대책반을 구성해 소송을 준비하면서 재영한인회와 대사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나 등록금을 반환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알려졌다. 피해 학생 수와 관련해 대책반은 300여명, 현지 유학원 관계자들은 150여명으로 추정했으나 대사관측은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4개월전 한인이 밀집한 뉴몰든 인근의 에번다인 윔블던 분원에 등록한 조욱래(28) 씨는 "학원에 갔더니 문이 굳게 닫힌 채 사정상 문을 닫았다는 쪽지만 붙어 있었다"면서 "단 1시간도 수업을 듣지 못하고 몇백만원의 학비만 날린 사람들도 있다"고말했다. 비자 만기가 임박한 유학생들은 비자 연장에 차질이 빚어질지 몰라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학생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원에 9개월 이상 등록해야하기때문이다. 피해 학생 대표인 이한올(24) 씨는 "사람들을 모아 소송을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영어 공부를 하러 와서 왜 이런 고생을 하고, 비자 문제로 걱정을 해야하는지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경위=에번다인 컬리지 소유주로 인도계 영국인인 수레시 말호트라(55) 씨는지난 19일 한국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윔블던 분원을 폐쇄한 데 이어 20일에는 시내중심가에 위치한 본원 및 3개 분원의 문을 모두 닫은 뒤 잠적했다. 학비가 저렴한 것으로 유명한 에번다인은 최근 불법입국자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생으로 등록시킨 사실이 드러나 이민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 공장'으로 불리기까지 했던 에번다인은 폐쇄 직전까지 학생들의 등록을받아 계획적으로 학생들의 돈을 최대한 사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유학생들의 전언이다. 이 학원은 16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 전문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을 모집해 일부 한국 조기 유학생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 피해 규모=학생들은 학생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9개월(36주) 내지 1년(51주)단위로 등록증을 끊었다. 9개월 등록금은 128만원, 1년 등록금은 173만원 정도이지만 학생마다 잔여 수강일수가 다르고 피해 신고를 하는 사람도 적어 전체적인 피해 규모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피해 금액이 가장 큰 사례는 일가족 4명이 등록금 약 700만원을 날린경우인 것으로 전해졌다. 에번다인의 등록대행업체인 영국 현지 유학원 `트라이브이'에 따르면 올해 이학원을 통해 등록한 학생은 모두 139명이며 이 가운데 100명 정도가 등록금의 일부또는 전부를 떼인 것으로 알려졌다. ◆ 배경 및 전망=영국 정부는 영어를 `주요 수출품'으로 간주해 사설 학원들에대해 거의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데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값싼 어학원'을 찾는 한국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어 `사고'는 예정돼 있었다는 것이 교민들의 지적이다. 단기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영국에 체류 중인 한국 학생은 지난 2000년말 약 3천명에 불과했으나 9.11 테러 등으로 미국 유학이 어려워지면서 연간 8천여명씩 쏟아져 들어와 지금은 약 1만5천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어학연수와관련한 각종 민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 단기 어학연수생을 위한 마땅한안내 책자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학생들이 영국 어학원의 도산으로 피해를 본 것은 지난해 런던 시내에 위치한 홀번 컬리지(Holborn College) 소유주가 해외로 도주하면서 20여명이 등록금을떼인 이래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해결 방법이 없다는 것이 유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