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에서 최근 가장 화제의 대상이 된 외국지도자들은 단연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이다. 노사 분규와 정국 불안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할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더니,대북 송금사건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번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뉴스의 한복판에 섰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울로 날아간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하는 뉴스로 전파를 탔다. 일본 언론이 한국의 전·현직 정치지도자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두 나라의 공간적 특성도 그렇지만,정치 경제 외교 등 그 어느 것도 한쪽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게 한·일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3명의 전·현직 한국 대통령이 한꺼번에 일본 언론의 기사거리가 된 사실을 바라보는 속마음은 편치 않다. 일본 뉴스에 비쳐진 전·현직 대통령의 말과 행동,그리고 현실 인식의 색깔 때문이다. 노사 문제와 관련,일본 언론은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참여정부가 큰 시련을 맞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해 왔다. 일본에 비쳐진 한국의 상황이 이런데도 노 대통령은 "노사문제가 지난해보다 잘 풀려가고 있는데 신문들이 불안을 부추긴다"고 말했다고 한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DJ 재임시 벌어진 대북 송금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햇볕정책의 진가를 의심케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라를 누란의 위기로 몰고 갔다는 지탄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납치피해자 가족들을 면담하는 자리를 통해 현실 참여의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황장엽씨가 납치자 가족들의 질문에 신중하게 답변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현직 대통령의 권한과 역할이 막중하기로,또 국가원로로 활동하는 전직 대통령의 숫자가 많기로 다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지도자 중 외국 언론에 비친 인상이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국가 지도자들이 외국 언론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이는 결국 한국인 모두의 불행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