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우수 인력 유치 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이민법 개정안이 20일 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오토 쉴리 내무장관은 집권 적녹연정이 과반을 차지한 하원에서 통과시킨 이민법 개정안이 상원에서 또 거부된 직후 "중재위원회에 양원 간의 이견 조정을 요청할것"이라고 밝혔다.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 소속인 페터 뮐러 자르란트 주지사는 "개정이 시급히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해 일부 규제를 강화하는 선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지난 200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독일에 부족한 인력의 유입을 촉진하고 난민 인정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주진해왔다. 이날 상원 표결에 앞서 쉴리 장관은 "지난 세기 미국의 유례없는 성공은 최우수두뇌 확보전에서의 승리 때문이며, 현재 독일은 시대에 완전히 뒤떨어진 외국인 관련 법 때문에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야당에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기민.기사연합과 자유민주당은 건국 이후 여러 차례 일시적 땜질을 거듭해온 이민법의 전면 개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정부안은 불필요한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의 대량유입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야당은 ▲난민을 신청한 권리의 범위가 너무 넓고 ▲이민을 제한할 수 있는 구체적 규정이 미비하고 ▲독일어 습득 등 이민자의 독일사회에 대한 동화 의무규정이약하다면서 법안의 100여 곳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적녹연정은 지난해 하원과 상원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 표결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올들어 다시 입법을 추진, 지난달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현재 독일 인구 8천250만명 가운데 지난 35년 동안 취업이나 난민 등을 이유로이민온 사람은 730만 명 으로 전체 인구의 약 9%를 차지한다. 독일 이민자 수는 전세계에서 미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많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률 저하와 의학 발전 등에 따른 인구 노령화로 향후50년 안에 독일 경제활동인구 100명 당 연금생활자가 78명에 달해 엄청난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경제가 오래 침체되고 실업자 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속에 독일의 이민정책과 운용이 매우 보수화돼 외국인 이민자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5월 난민및 이민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3천758명으로 1987년 6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