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당과 함께 독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녹색당은 14일 특별 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경제.사회 개혁안인 `아젠다 2010'을 90%의 지지율로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 1일 사민당 대의원들도 이를 압도적 지지율로 통과시킨 바 있어 독일의 사회복지체제를 혁신적으로 변모시키려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개혁안 실행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현재 하원은 적녹연정이, 상원은 보수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야당 지도부는 일부 조항을 문제삼고 있으나 개혁안 내용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올 가을 의회에서 개혁안과 관련한 입법 작업을 마무리한 뒤 내년초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슈뢰더 총리는 3년째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업수당 등 각종 사회보조금을 축소하고 해고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혁안 `아젠다 2010'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집권당 좌파와 노동계는 사회적 약자에게 부담을 더 지우는 불공평한 것이자 사회복지체제를 후퇴 또는 붕괴시키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반면 재계와 보수 야당 내 강경파들은 개혁안의 내용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미흡하다며 더 과감한 규제 해제와 복지비 축소를 요구해왔다. 녹색당 좌파는 이틀 동안 실시된 이번 대회에서 `아젠다 2010'의 불공평성을 지적하며 자체적으로 마련한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부결됐다. 이는 개혁안에 여전히 비판적인 사민당 좌파에게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출신의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크고 위험한 문제는 실업자 수가 올 겨울 5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타개할 수 있도록 개혁안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녹생당 공동 당수는 표결 직후 "개혁안은 사회적 공평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경제를 추락시키지 않은 채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뷔티코퍼 당수의 발언은 "독일이 자랑하는 사회복지 국가 체제의 근본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경제.사회 구조 변화에 발맞춰 과감한 내용 수정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민당 주류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번 녹색당 전당대회에서 `아젠다 2010'으로 상징되는 `현실주의 노선' 이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환경주의자와 평화주의자 등으로 구성된 `운동 정당'인 녹색당이 집권당이 된 이후 계속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도 하다. 적녹연정 당권파도 , 기존에 철회했던 부유세와 주식매각이익 과세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등 좌파의 `사회적 불공평성' 비판을 완화시켜 개혁안 지지지를 극대화하려는 몸짓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