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치권, 국영기업이 한데 얽혀 프랑스 최대의 제도권 부패 스캔들로 꼽히는 '엘프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전 예심판사가 조사과정에서 겪었던 공갈, 협박, 위협을 책으로 역어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동안 엘프 사건 조사를 맡았던 에바 졸리(59) 전판사는 사건 내용, 자신에게 가해진 갖가지 협박과 위협 등을 기술한 '이것이 우리가 살기를 원하는 세상인가?'(Est-ce dans ce monde-la que nous voulons vivre?)를오는 19일 출판할 예정이다. 엘프사건이란 국영 석유기업이었던 '엘프아키텐'社가 지난 80년대말, 90년대초해외사업을 펴면서 이권이나 특권을 따내기 위해 프랑스 정부와 정치권의 묵인 아래외국 지도자, 기업 등에 뇌물을 광범위하게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직적 부정부패 스캔들이다. 엘프가 회사 자금으로 외국 정부 고위층, 정치권 인사 등에게 뿌린 뇌물의 일부는 프랑스 정치권으로 '역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엘프는 故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가이끌던 기민당에 선거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사는 등 프랑스 외교 정책을 뒷받침하기위해 '물주' 노릇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태생으로 20대에 프랑스에 '오패르'(au pair:침식만 제공받고 가정일을 하는 사람)로 왔다가 귀화한 졸리 전 판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겨울밤을바깥에서 지새는 것 같은 생활을 했다"며 사건조사는 "위협과 공갈 사이"에서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현재 노르웨이 정부 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는 졸리 전 판사는 엘프 사건이 "(프랑스) 비밀 공화국에 가까이 다가간 첫번째 경우이자 정의를 피해가고 있는 지하세계의 발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졸리 전 판사는 법무부 내 자신의 사무실이 수차례 침입당하고 자신이 무장경호원을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이유, 매일같이 걸려오는 '충고' 전화, 침입자가협박의 의미로 집안에 두고간 총기, 누군가에 의해 부서진 아파트 자물쇠에 얽힌 사연 등을 저서에서 설명했다. 졸리 전판사는 "누가 그 같은 위협을 가했는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며 "일단은 사건 혐의자나 관련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졸리 전판사의 저서 출판 계획이 알려지자 엘프사건에서 기소된 피의자 37명의변호사들이 "재판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 "여론이 고조된 사이에책을 팔아보려는 상술"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엘프 사건 재판은 광범위한 혐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밀 등을 내세워 정치권에 대한 수사는 배제한 채 공금 횡령, 착복 등 기업 내 비리만을 조사 대상으로삼고 있다. 엘프 사건 재판은 지난 3월 시작돼 검사 논고를 마치고 피고인 변론이 진행되는중이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