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평가는 지난해 10월 대선 때와는 판이하다. 당시 세계 언론들은 좌파 성향의 룰라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자 금융 거래에 불안을 느낀 외국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염려한 것은 '포퓰리즘'이었다. 우리말로 '민중주의' 혹은 '인기영합주의' 등으로 번역되는 포퓰리즘은 과거 중남미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 통치스타일이다. 포퓰리즘은 △친노동적 재분배정책 △대중에 대한 직접 호소를 통한 무매개적 대중 동원 △카리스마적 지도력 등의 특징을 안고 있다. 중남미는 경제원리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우선시한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에 의해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1946년 노동자ㆍ빈민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임금 인상과 경제수준에 걸맞지 않는 사회복지정책을 단행했다. 그 결과 한때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꼽혔던 아르헨티나는 성장잠재력을 상실했으며, 쿠데타로 실각한 1955년에는 심각한 외환위기를 맞았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현 대통령은 2000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보수 정치인의 40년 부패를 척결하고 극심한 빈부 격차를 해소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차베스는 취임 후 가난에 허덕이는 '80% 국민의 대통령'을 자임하며 교육과 의료분야에서 예산을 두 배로 늘리는 등 빈민층을 위한 개혁에 앞장섰다. 그러나 이같은 개혁정책은 재계 언론계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쳤으며 무엇보다 중산층이 등을 돌렸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는 현재까지도 극도의 정치불안에 휩싸여 있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정치노선은 '신민중주의'로 분류된다. 1990년 대통령선거 당시 무명의 정치 신인이었던 후지모리는 '당신같은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는 포퓰리즘적 수사를 동원, 페루 원주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초긴축 정책과 외자유치로 8천%까지 치솟던 인플레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의회해산 부정선거 등의 수단을 동원, 정치권력 유지에 집착하다 결국 권좌에서 축출당하고 만다. 때문에 룰라 대통령의 경우 이같은 포퓰리즘 양상에서 탈피해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