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신(新)유럽과 구(舊)유럽은 미국에 대한 태도로 구별된다고 밝혀 이라크 침공 등 미국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나라들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독.미 양국이 공동설립한 `조지 C. 마셜 안보연구 유럽센터'개설 10주년 기념행사 참석 차 이라크전 이후 처음으로 이날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이라크전에 반대한 일을 간접 비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라크전과 관련해 "크고 작은 수 많은 나라들이 경제난 등에도 불구하고왜 국제 평화와 안전에 그토록 많이 기여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구 유럽의 차이는 역사의 오래됨이나 나라의 크기,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태도, 다시 말해 그 나라가 대서양 양안 관계를 협력 발전시키려는 비전을 갖고 있느냐로 구분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엔을 무시하고 이라크를 침략하기 직전 럼즈펠드 장관은 전쟁에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를 구유럽, 자국을 지지한 동구권 등에 대해 신유럽이라고 지칭해 독.불 양국의 반발과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럼즈펠드 장관의 연설 원고에는 "미국에 반대를 함으로써 대항적 균형세력으로자리잡으려는 유럽 몇몇 국가에 대해 강력 비난하는 문구"도 들어 있었으나 실제 연설에서는 제외됐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독일이 아프가니스탄 국제평화유지군에 크게 기여해 감사하다면서 유럽과 미국이 이라크전의 갈등을 극복하고 대량파괴무기 확산 위협과 불량국가, 테러리즘 등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독.미 관계가 "정상화됐다"는 외교적 발언 대신 굳이 "정상화되는 도중에 있다"고 밝히고, `신.구 유럽'의 의미를 더 분명히 함으로써 이라크전 이후 관계 개선이 쉽지 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독일 언론은 평가했다. 독일 등 `구유럽'과 미국 간에는 이라크전의 이유를 둘러싼 유엔에서의 논란을비롯해 미국이 자국 군인을 기소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 문제 등 갈등이 커질 요소들이 여전히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연설에서도 "국가의 주권이 점점 더 존중되지 않고 있어 위험하다"면서 그 사례로 국제사법재판소를 들었다. 그는 또 전쟁 범죄자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추적해 징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한 벨기에에 대해 "이런 사법체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정치적동기에 의해 기소하는 무대로 변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