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와 철강노동자 출신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불가능할 것 같던 사랑이 활짝 피었다."(블룸버그통신 4월29일자) 경제불안으로 고통을 겪어온 브라질이 지난 4월말 뉴욕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하자 해외 주요 언론들이 보인 반응이다. 지난 1월1일 대통령 취임 후 친기업 노선을 선택한 룰라 정부의 경제개혁이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브라질 종합주가지수 '보베스타'가 올들어 25% 상승하고, 해외투자가 몰리는 등 브라질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배경에는 룰라의 경제외교가 큰 역할을 했다는게 일반적 평가다. 룰라는 '해외신뢰 확보'가 브라질경제 회생의 관건이란 점을 인식, 대통령 당선 후 선진국과 극빈국(極貧國)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돌며 '발빠른 경제외교'를 수행했다. 그리고 남미에 룰라효과를 전파, 국제 지도자로 발돋움한 것이다. ◆ 국제 금융시장과 브라질은 밀월여행중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뒤 룰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뉴욕 월가를 방문한 것이었다. 그는 이후 안토니우 팔로시 재무장관과 실무 책임자들이 2주일에 한 번꼴로 월가를 찾아가 브라질 경제현황을 설명토록 지시했다.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경제 담당자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라고 주문하는 그는 "무조건 '좋아진다' '믿어달라'는 이야기만 하지말고 월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빨랐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룰라가 대통령직에 오른지 얼마되지 않아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룰라의 경제정책에 국제 금융시장이 '신뢰'를 표한 것이다. ◆ 남미 경제외교의 선봉장으로 취임 직후 '남미 경제권 통합'의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룰라의 또 다른 모습이다. 브라질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4천6백만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임금으로 살아갈 정도로 가난한 국가이기 때문에 해법은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여기에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설 남미 결집체의 중심에 서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노력에 주변 국가들도 적극 동참, 남미 국가 정상들이 잇따라 브라질을 방문해 룰라의 구상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의 친밀한 외교에도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 오는 20일 미 백악관에서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미주대륙 34개국을 묶는 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룰라의 행보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선진국으로부터 인정받는 외교력 룰라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넘나드는 '순발력'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지난 1월에는 세계화 논쟁에 있어 극과 극의 입장을 상징하는 세계사회포럼(WSF)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잇따라 참석, 현실주의 외교 노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최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시장과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등을 엮는 G5를 추진, 국제 무대에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6월초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선진국 모임인 G8 정상회담에 룰라가 초청을 받은 것도 그의 외교력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