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로부터 영국의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는 조지프 맬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의 작품 500점이 지난 1년간 런던 테이트 갤러리의 대대적인 추적작업 끝에 소재가 밝혀졌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화가의 사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비롯, 전세계의 작은 화랑들에 잊혀진 채 걸려 있었거나 잘못 표기된 채 주목을 받지 못하던 수백점의 터너 작품들이 한꺼번에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은 영국 미술계에서 수십년래 최대의 경사로 꼽힌다. 테이트 갤러리의 `터너 월드와이드' 프로젝트 덕분에 존재가 밝혀진 작품들은 이번에 발견된 작품들을 포함, 유화 200점, 수채화 1천800점, 연필화 200점 등 모두 2천여점에 이른다. 브리티시 텔레콤(BT) 등의 재정지원으로 개설된 터너 온라인 갤러리에는 이미 터너 재단으로부터 테이트에 기증된 3만점의 고해상도 영상이 등재돼 있으며 테이트의 전문가들은 새로 발견된 작품들을 모두 사진으로 촬영해 여기에 합류시킴으로써 한 화가의 온라인 갤러리로서는 최대 규모의 것이 탄생하게 됐다. 이같은 엄청난 일이 가능했던 것은 테이트 갤러리가 웹사이트를 통해 개인 소장가들과 큐레이터, 미술품 중개상들에게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터너의 작품들을 찾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한 데서 시작됐으며 테이트측은 전례없는 호응을 얻었다. 터너의 수채화 작품들은 최근 경매에서 한 점에 200만파운드(한화 약 39억원)까지 팔렸으며 정선된 유화들은 500만-1천만파운드까지 팔리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의 샌디 네언 관장은 "프라이버시를 극도로 중요시하는 요즘 세상에 개인 소장자들이 이처럼 열렬한 반응을 보인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들은 화가터너의 중요성이라는 보다 큰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논평했다. 소더비 경매회사의 영국 수채화 부문 책임자 기 페피아트는 이번 사건은 "실로 믿을 수 없을만큼 중요한 일"이라면서 "작품의 가치로 따질 때 우리가 경매에 부치는 작가중 가장 중요한 사람이 터너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그는 영국의가장 위대한 화가"라고 강조했다. 테이트 측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터너의 작품 400점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 작업을 벌일 계획이며 이를 위해 작품에 관한 세부묘사를 웹사이트에 올릴 예정이다. 이번에 발견된 터너의 작품들은 인도 하이데라바드로부터 호주에 이르는 전세계미술관들에서 나왔으며 미국인에게 팔린 것으로 추정되던 `여인과 탬버린이 있는 풍경'은 뜻밖에 도쿄 외곽의 한 화랑에서 발견됐다. 이밖에 더블린에 있는 아일랜드 국립 박물관과 에든버러에 있는 스코틀랜드 내셔널 갤러리도 작품 보유 사실을 알려 왔으나 작품의 반출은 기증자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일부 컬렉터들은 터너의 작품인줄 알고 보유해 오던 작품이 그의 작품을 모사해온 다른 19세기 화가의 그림으로 밝혀지자 실망하기도 했다. 이번에 발견된 작품중 1830년대에 제작된 수채화 `할레크성(城)'은 그의 작품을 애호하던 작가 존 러스킨이 1840년에 63파운드에 산 것인데 현재 미국의 한 개인 소장가가 갖고 있는 이 작품의 가격은 수십만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또 1827년 런던 학술원에서 전시된 후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더비셔 풍경'은 캐나다 퀘벡의 한 미술관에서 다른 지명인 `노스코트 부근'이란 제목이 붙은 채 걸려 있다가 발견됐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